“박근혜정부 때는 찍소리 못하던 기자들이 문재인정부가 그리도 만만하냐고요. 청와대 기자단의 ‘갑질’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청와대 기자단 폐쇄를 강력히 요청드립니다.”
지난 17일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 해체해 주십시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28일 기준 4만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공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천순위 10위에 위치한 ‘핫(Hot)’한 글이다.
이 글의 직접적 배경에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뉴미디어 활용에 적극 나선 청와대와 “취재 역차별”이라고 불만을 터트린 청와대 기자단의 갈등이 있다. 그러나 근원에는 소위 ‘기레기(기자+쓰레기)’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한다.
국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제대로 된 감시자 역할을 못했던 언론이 정권이 바뀐 이제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보여 어이없게 생각될 것이다. 그렇지만 청와대 기자단에 대해 국민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쉽게 ‘청와대 기자단’으로 뭉뚱그리지만 기자단은 크게 풀(Pool)기자단과 그 외 ‘비풀’로 나뉜다.
청와대에 오랫동안 출입한 대형 언론사가 주축인 풀기자단은 대통령을 근접취재하며 청와대 주요 행사나 해외순방 등에서 우선권을 갖는다. 이 시스템은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풀기자는 풀단에 들어가지 못한 기존 출입기자와 정권이 바뀐 후 출입하기 시작한 신입생들로 이뤄졌다. 비풀기자는 대통령 행사 근접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권이 교체돼서야 청와대 출입이 가능해진 <뉴스토마토> 역시 비풀이다. 의욕을 가지고 해외순방 등을 동행 취재해도 비풀이라는 이유로 취재장벽은 높기만 하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기자실의 문을 크게 열어 기자단에 새로운 피가 많이 수혈됐다. 그러나 풀단위주의 운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나름 영향력이 큰 기존 언론과 충돌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의 조심스런 태도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풀단의 의지가 타협점을 찾은 결과일 것이다.
온갖 민감한 정보가 유통되고 국익이 걸린 이슈가 많은 청와대 특성상 정보의 완급조절을 위한 기자단은 운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성 언론이 중심이 된 풀단 위주의 기자단 운영은 이제 한계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기자단 해체 요구는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닐까.
이성휘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