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항의 집회로 자회사가 일감을 수주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구재태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회장이 30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구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공갈·배임)·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우회 자회사 경안흥업 손모 전 대표를 구 전 회장의 일부 범행에 공모한 혐의로, 경안흥업 거래처업체 A사 임모 대표를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전 회장과 손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1월 경안흥업이
대우조선해양(042660)으로부터 고철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자 고재호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택 등 앞에서 경우회와 구 전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고엽제전우회를 동원한 집회를 벌이는 방법으로 2013년도 고철 거래 계약을 체결하게 해 경안흥업이 그해 매출총이익 8억5000만원 상당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다. 이들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고엽제전우회 측에 경안흥업 자금 3억7000만원 상당을 기부금 명목으로 임의 소비하는 등 업무상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12년 12월 경우AMC 설립을 위한 차용금 중 2억원을 갚기 위해 구 전 회장이 보유한 경우AMC 주식을 2억원에 경안흥업에 처분하는 등 업무상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구 전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자신의 경우AMC 주식 추가매수자금 9억3000만원 상당을 경우회에서 10년간 무이자 대여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환가 불가능한 경우AMC 주식만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 2013년 1월부터 2015년 3월 A사에 거래 편의 대가로 임 대표로부터 현금과 가족 급여 명목 6000만원 상당을 받고, 이를 적법한 급여인 것처럼 한 혐의도 포함됐다.
구 전 회장의 이러한 범행으로 경우회는 재정 상태가 심각히 부실해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 제4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 활동에 전념하게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구 전 회장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오호석 총회장과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을 설립하고, 경우회 자금과 조직을 동원해 당시 정부·여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 활동을 수행했다. 당시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에 참여한 시민단체가 190여개에 이르는 것처럼 홍보됐지만, 이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산하 단체 190여개를 함께 집계한 것에 불과해 그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구 전 회장의 구속 기간 내 확인된 사실관계에 기초해 기소 범위를 결정했으며,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계속 수사 중인 경찰병원 장례식장 운영 관련 의혹 등 경우회 관련 추가 사건은 송치 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경찰 공무원의 친목 도모를 기본 목적으로 하는 법정 단체인 경우회를 사유화해 개인의 치부와 정치적 이념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과정에서 집단적 위력을 행사해 사업적 이권에 개입하거나 각종 부패 범죄를 저지르다가 경우회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각종 일감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구재태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