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유통망의 휴대폰 전산 마감시간 단축이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지난 1일 이동통신 3사와 전산 마감시간 단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한 주 연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3일 "연기된 회의는 이번 주 중으로 열 것"이라며 "유통망의 의견도 따로 들어 이통사들과 논의할 때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최근 이통 3사들과 전산 마감시간 단축 논의에 착수했지만, 전산 마감 단축에 큰 영향을 받는 휴대폰 유통망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1일 유통망 관련 주요 협회들에게 유선으로 의견을 물었다. 협회들은 "판매점과 대리점들은 생계에 밀접한 사안인데 의견을 사전에 묻지도 않았다"는 불만과 함께 "저녁 시간대에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매장 운영에 치명적이며 소비자들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방통위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현재 번호이동은 오후 8시까지, 기기변경과 신규 개통은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방통위는 앞서 매장 근로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시달린다며 일괄적으로 오후 6시에 휴대폰 전산을 마감하는 방안을 이통 3사와 논의했다.
SK텔레콤과 KT는 긍정적인 반면 LG유플러스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시장 1위 SK텔레콤이 전산 마감시간 단축에 주도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경쟁보다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단축 방안을 주도하고 있다"며 "유통망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편도 가중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휴대전화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각각 5:3:2의 점유율을 나눠 갖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됐다. 무엇보다 공시지원금이 33만원 이하로 묶이면서 선택약정할인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선택약정할인율은 올해 9월15일부터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됐다. 선택약정할인은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 이통사들이 인터넷·TV·가족 결합할인을 내세워 소비자들이 굳이 번호이동을 할 동기도 크게 줄었다. 단통법의 일몰 조항으로 도입됐던 지원금상한제 조항은 지난 10월1일부터 폐지됐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공시지원금은 올리지 않고 간헐적으로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출혈경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