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북미와 유럽 등 해외 공략에 공을 들이는 사이, 해외 유명 가전사들이 국내에서 세를 확장하며 역공에 나섰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바탕으로 삼성과 LG의 안방을 잠식하겠다는 의도로, 맞불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덴마크의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은 13일 1000만원을 호가하는 OLED TV '베오비전 이클립스'를 국내에 내놨다. 제품 기반은 LG로부터 나왔다. LG전자의 OLED TV 기술과 4K 영상 처리기술, 웹OS 3.5 플랫폼 등을 탑재했다. 여기에 자사만의 특화된 오디오 기술을 담아냈다. 가격은 55인치가 1200만원, 65인치는 1750만원에 이른다. 같은 크기의 LG전자 OLED TV가 200만~50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초고가지만, 특화된 음향기술과 디자인으로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뱅앤올룹슨의 생각이다.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혔다. 지난 9월 입점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포함해 총 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웬디 웡 뱅앤올룹슨 아시아 지사장은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2016~2017년도 회계 기준 한국 7개 매장은 전년 대비 3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LOEWE(뢰베)도 한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O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뢰베의 빌드(Bild) 시리즈 중 77인치 가격은 2000만원에 달한다. 뢰베는 플래그십 스토어인 서울 청담갤러리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문을 여는 등 매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TV시장에서 OLED TV 인지도나 점유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막강한 터줏대감이 있지만 고가의 정책을 펴기에 적합한 우호적 시장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게 해외 업체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모델들이 뱅앤올룹슨의 OLED TV '베오비전 이클립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뱅앤올룹슨
국내에 이미 진출해 있는 해외 가전사들도 품목을 늘리는 분위기다. 독일 밀레는 지난해 신임 대표로 유니레버 코리아 출신인 고희경 대표를 영입한 뒤 주방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군을 중심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G6000 시리즈 에코플렉스 식기세척기를 내놓기도 했다. 가격은 228만~438만원에 달하지만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승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동공구와 자동차 부품으로 유명한 독일의 보쉬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보쉬는 271ℓ 빌트인 냉장고를 국내에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출시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세탁기 3종, 건조기 3종, 식기 세척기 6종, 프리스탠딩 냉장고 2종 등이 KC인증을 비롯한 전기안전, 자율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 등 국내 인증을 모두 획득하며 출격 채비를 마쳤다. 보쉬는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