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픽스' 금연정책 최대 수혜

2014년 60억원대서 올해 700억대…의약품 순위도 550위서 9위로 '껑충'

입력 : 2017-12-13 오후 6:23:08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화이자 '챔픽스'가 금연치료제에 보험급여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 수혜로 실적이 2014년 60억원대에서 2016년 5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올해에는 7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챔픽스의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527억원으로 전년 동기(363억원) 대비 45% 성장했다. 챔픽스는 의약품 순위가 2014년 550위 정도에서 2017년 3분기 9위로 수직 상승했다.
 
챔픽스는 2007년 국내 출시됐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바레니클린' 성분의 전문의약품이다. 바레니클린이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면서 흡연욕구와 금단증상을 동시에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다.
 
챔픽스 출시 초기에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금연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용량·용법에 따른 12주 기준 3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값도 처방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부 환자에게서 챔픽스를 복용한 후 자살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 부작용 위험이 보고되면서 환자들에게 외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챔픽스의 실적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2015년 단숨에 24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에는 매출이 2014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시장이 환자의 병세에 이상이 없는 기존 약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처방 습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에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챔픽스의 승승장구는 정부의 대대적인 금연 정책에 최대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2주 금연 프로그램을 이수(상담 6회 및 약국 방문 6회 기준)하면 금연치료제의 본인부담금을 2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9만원 정도만 내면 12주 간 챔픽스를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흡연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챔픽스의 실적이 크게 늘어났다.
 
화이자가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해 부작용 논란을 불식시키고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화이자는 세계 최대 규모 금연치료 글로벌 임상(EAGLES)을 올해 1월 발표했다. 해당 임상시험을 통해 챔픽스의 금연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챔픽스와 자살충동, 우울증 등 정신질환 부작용의 인과관계 없다는 것도 밝혀졌다.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이자의 이 같은 임상시험을 받아들여 챔픽스의 제품설명서에서 신경정신학적 이상반응에 대한 경고문을 삭제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최근 챔픽스 등을 금연치료 1차 약제로 권고하기도 했다. 
 
금연치료제 시장은 챔픽스로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올해 3분기 누적 한독(002390) '니코스탑'은 16억원, GSK '웰부트린'은 16억원, 노타비스 '니코티엘'은 13억원, 한미약품(128940) '니코피온'은 6억원 등에 그쳤다. 40여개 국내 제약사는 챔픽스 복제약을 내년 출시하기 위해 화이자와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챔픽스의 국내 특허 만료일을 2018년 11월에서 2020년 7월 연장 등록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최근 챔픽스 등을 1차치료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내 금연가이드라인 권고와 대규모 임상 등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했다"며 "흡연자와 의료진 들에게 신뢰를 준 것이 매출 상승에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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