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회장에게 잇단 중형이 구형되며 롯데그룹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경영비리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 구형을 받았던 신 회장이 이번엔 '최순실게이트' 연루혐의로 징역 4년에 추징금 75억원 구형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최후 변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신 회장을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 추징금 7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지난해 3월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최순실 씨 소유인 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하고 70억원을 추가지원 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에 대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면세점 추가 승인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부터 결정된 사안이라며 혐의를 줄기차게 부인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같은 소명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신 회장은 운명의 2~3주에 돌입하게 됐다. 당장 일주일 뒤인 22일엔 횡령, 배임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에 추징금 1000억원의 구형받은 것에 대한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와 관련된 1심 선고 역시 3주 이내에 열릴 전망이다.
신 회장이 경영비리와 최순실게이트 연루혐의 모두 중형을 구형받은 상황에서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실형이 선고되면 롯데는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오너리스크로 인해 당초 목표로했던 지주사 전환 마무리와 지배구조 개선 등 신 회장이 청사진으로 내놓은 '뉴롯데' 완성도 험로가 예상된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기업이미지가 실추되자 롯데를 '오너일가의 기업'이 아닌 '공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실제 그룹 지배구조 개선, 법과 규칙에 의거한 컴플라이언스 경영정착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러나 신 회장의 실형이 확정될 경우 이같은 혁신 작업도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이외에도 일본과의 경영고리를 끊기 위한 호텔롯데 상장도 무기한 연기될 공산이 크다. 일본 기업문화 특성상 '도덕적 해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만큼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수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지분율 19.07%)가 등을 돌릴 경우 호텔롯데 상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근 신 회장이 야심차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해외사업도 위태롭게 됐다. 의사결정자인 신 회장이 부재하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사업들도 답보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롯데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40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인도와 미얀마에는 식품 부문에 2억5000만달러를, 베트남에는 20억달러를 투자해 복합몰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에 재계에서는 재판결과에 따라 이 모든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말이 나온다.
다만 롯데그룹은 이번 구형과 관계없이 롯데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70억원을 다시 돌려받은 만큼 뇌물죄 성립이 안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1심에서도 청와대 주도로 전경련이 동원돼 다수 대기업들이 미르·K 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만큼 신 회장도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문제는 오는 22일 열리는 롯데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이다. 횡령 등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회장(징역 10년벌금 1000억원)과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맡은 황각규 사장도 징역 5년을 구형받은만큼 나란히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새로 출범한 롯데지주의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사태가 불가피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오너의 잇단 중형 구형으로 정기인사와 내년 글로벌 경영계획 수립 등 중대한 일정에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일주일여 간격으로 열리는 재판의 선고결과에 따라 '뉴롯데'가 순항하느냐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느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