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LG전자를 상대로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영국 다이슨이 적극적인 소명을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무선청소기 시장을 둘러싼 양사 간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이 커진 방증이라며, LG전자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싸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이슨은 19일 "LG전자의 코드제로 A9 청소기 광고 문구가 흡입력과 모터 속도, 필터와 관련된 성능 등을 허위로 표기해 소비자들이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며 소송 배경을 밝혔다. 다이슨은 앞서 지난달 15일 LG전자를 상대로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싸움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이달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가 첫 심리를 진행한 데 이어 다음달 12일 2차 심리가 예정돼 있다.
양측이 갈등을 빚는 부분은 LG전자가 자사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광고에 사용한 '140W(와트) 흡입력', '제트엔진의 16배 빠른 모터 회전속도' 등의 문구다. 다이슨은 이들 문구가 "근거 없이 작성됐다"며 주요 성능을 과대 포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슨은 "객관적인 시험을 위해 해당 제품을 한국에서 구입 후,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독립된 전문 시험기관들에 보내 시험을 의뢰했다"며 "향후 법원에서 이번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소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주는 광고와 표시 문구는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코드제로 A9 성능 평가 결과는 미국 인터텍,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서 받은 것"이라며 "법원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다이슨과 LG전자 직원이 무선청소기 제품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각사
업계에서는 이번 싸움이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다이슨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했지만 지난 6월 LG전자, 9월 삼성전자 등이 신제품을 내놓은 뒤로는 40%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코드제로 A9은 최상위 모델의 경우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에도 돌풍을 일으키며 다이슨의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LG전자가 다이슨의 라이벌로 부각되면서 이에 따른 홍보효과도 기대된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세계 각 국에서 디자인 특허 소송전을 벌이면서 삼성이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로 부각된 전례는 좋은 근거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공방이 긍정적 이슈는 아니지만 대외적으로 LG전자가 다이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