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1심 선고(22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30일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 벌금 1000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10조원이 넘는 해외사업 등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온 '뉴롯데'는 좌초 위기에 몰리게 된다.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의 지배권까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운명의 날'을 하루 앞둔 롯데그룹 역시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1심 선고를 목전에 둔 지난 16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본롯데 경영진과 면담했다. 이번 일본행은 지난달과 이번달 초에 이어 두달 새 벌써 세번째 방문이다. 본인의 경영공백 사태까지 우려한 이같은 행보는 신 회장 스스로도 긴장감이 역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호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문화를 비춰볼때 경영진의 도덕 문제에 대해 한국보다 민감하고,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임원들에게 재판에서 무죄를 밝히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만큼 그를 지지했던 일본 롯데 경영진도 선고결과에 따라 일순간 등을 돌릴 수도 있는 절제절명의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숨을 죽인 채 선고결과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회장의 실형과 법정 구속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막상 선고날짜가 다가오니 그룹 수뇌부는 물론 임직원 전체가 초조한 심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며 "법원이 판단하는 문제여서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한 심정이고,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되길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경영공백 사태는 롯데의 시계가 멈춰섬을 의미한다. 이미 선고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며, 그룹 정기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에 대해서도 징역 5년형을 구형했다. 만약 신 회장과 황 사장이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오너의 공백을 대신할 적임자 찾기도 어려워지고, 비상경영체제 전환마저 여의치 않게 된다.
오너 등 수뇌부 부재가 현실화되면 10조원이 넘는 해외사업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 한일 롯데 통합경영 등을 기치로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한 '뉴롯데'가 좌초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미 올스톱 된 굵직한 현안들도 신 회장의 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신 회장이 법정구속되면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너 공백은 롯데그룹의 시장 다각화에도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현재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 규모만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가 넘는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총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 호찌민 '에코스마트시티' 사업 등에는 2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밖에 인도와 미얀마 등 투자계획이 줄줄이 잡혀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공은 재판부에게 넘어간만큼 22일 선고결과가 롯데의 운명을 좌우하게 됐다"며 "신 회장측이 공판 내내 그룹 가풍에서 비롯된 오해라며 비리혐의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얼만큼 수용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 오너가 경영비리 공판에 출석하는 신동빈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