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개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

이성휘 정경부 기자

입력 : 2017-12-26 오전 6:00:00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상생과 타협의 정치로 바꾸겠다.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동시 실시한다.” 지난 4월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표가 내놓은 개헌관련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6월 개헌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당의 변심 때문이다.
 
대선 이전만 해도 개헌을 못하면 마치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을 당론으로 밀어붙이며 ‘개헌 전도사’를 자처했다. 대선 전 개헌이 안 되면 대선 후 1년 안에 국민투표를 하자고도 했지만, 한국당은 대선이 끝나자 “곁다리 국민투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년 연말까지 개헌을 추진하자고 말을 바꿨다. 소위 ‘지곤조기’(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모드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해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할 수 있고,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현재 국회 3분의 1이상인 116석을 차지한 한국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면 의결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당이 180도로 태도를 바꾼 이유에는 정치적 타산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와 개헌이 연계되면 안 그래도 불리한 선거판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여기에 개헌과 짝을 이룬 선거제 개편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다음 총선까지 유지하기 위해 개헌논의 자체를 질질 끌다가 좌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당의 몽니에 민생은 볼모로 잡혀있다. 12월 임시국회는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고 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은 원포인트 국회를 말하기에 앞서 국회 개헌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약속부터 하라”며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보다 개헌특위 시한 연장이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타도과정에서 만들어진 1987년 헌법이 30년이 지난 지금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에도 이론은 없다. 대선 전 여야 모든 정치세력이 개헌을 이야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마저 일부 내려놓을 각오로 임기 초 개헌을 강조하는 이유다. 결코 일부 정치세력의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헌신짝처럼 내버려서는 안 되는 문제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소속 정당과 정파를 떠나 이번 지방선거 개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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