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016년 2월12일 발표된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구두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수 카톨릭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이 정부가 밝혀온 입장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간 정부는 북한이 2016년 2월7일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4호를 발사한 직후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하고, 같은 달 10일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정부가 밝힌 날짜보다 이틀 전인 2월8일 당시 개성공단을 철수하라는 박 대통령의 구두 지시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후인 10일 열린 NSC 상임위원회는 사후적으로 박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NSC는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헌법상 기구이므로 NSC 상임위원회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할 법률상 권한이 없다”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 지시’라며 철수 방침을 통보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 논란이 됐던 공단 노동자 임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자금으로 전용됐다는 발표도 근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2월9일 통일부가 최초 작성한 정부성명 초안에는 자금전용 관련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며 “그날 오후 청와대가 협의 과정에서 ‘자금 전용 관련 표현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다음날 대통령 서면보고 과정에서 최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정보기관의 문건은 2월13일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을 통해 통일부에 전달됐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위원회 설명에 의하면 홍용표 전 장관은 근거 자료를 보지도 못한 채 언론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임금 등이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었고, 여러 가지 자료를 정부가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셈이다. 위원회는 “이 문건은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라며 “문건을 작성한 정보기관조차 문건 앞부분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표기했다”고 강조했다.
김종수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민간교류 중단 등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대북정책 점검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