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새해 산업계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유가가 지목됐다. 조선·철강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가 상승세가 반가운 반면 항공·해운업계는 치솟는 유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의 지난해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50.85달러로 전년 43.47달러 대비 7.38달러 상승했다. 올해도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선업계의 기대감은 커졌다. 유가가 오르면 통상 선박·해양플랜트 발주가 활발해지고, 이는 업황의 반전을 의미한다.
이에 조선 3사는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올해 연간 수주 목표는 132억달러로, 전년 목표(75억달러) 대비 76% 늘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77억달러로 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수주 목표를 확정하지 않은 가운데, 내부 전언에 따르면 50억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불안 요인도 있다. 낮은 고정비를 경쟁력으로 앞세운 신흥국의 추격이 매섭다. 큰 격차를 보였던 기술력마저 좁혀지면서 수주를 휩쓸던 과거 조선강국으로서의 위상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저가수주라는 리스크를 낳는다.
조선·철강·항공·해운업계가 유가 변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철강업계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산유국의 철강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미국과 중동 등 산유국은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건설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커진다. 이는 자연스레 유정용 강관이나 후판, 철근 등 철강재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이 반갑지 않다. 유류비가 운영비의 가장 큰 비중(3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는 원가와 직결된다. 올해는 경색된 한중관계 개선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관광객 수요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만, 이 같은 호재가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로 일정 부분 상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전체 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유가의 상승은 운임이나 물동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조선 발주나 탈황장치 설치 등 투자가 필요해, 실적 악화는 적기 투자를 놓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