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철강업계가 내년에도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현안에 시달릴 전망이다. 4분기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업계가 맘 놓고 웃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은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한창이지만, 공급과잉 해소에 역부족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발 글로벌 보호무역 리스크도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콘센서스(평균 전망치)는 1조277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70.9%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제철도 4350억원으로 21.7% 오른 회복세가 점쳐졌다. 중국 정부가 겨울철 철강 생산량 감축에 나섰고, 원재료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철강재 가격 인상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호재는 반갑지만 글로벌 공급과잉 부담과 보호무역 리스크가 여전히 어깨를 무겁게 누르기 때문이다. 최근 철강 가격 오름세는 중국 정부의 한시적 감산 정책 효과가 크다. 철강산업에 대한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도 연말까지 잠정 보류 상태일 뿐 세탁기, 태양광의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다.
앞서 철강글로벌포럼(이하 포럼)은 지난달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철강 공급과잉 문제에 각국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주요 참가국들은 지난해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량이 7억3700만t에 달했다며 여전히 공급과잉이 극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시장 기능 강화 및 시장을 왜곡하는 정부 보조금 지원 제한, 과잉 생산능력 감축 장려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철강글로벌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뉴시스
이날 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3개 회원국의 철강 생산능력은 총 20억3140만t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0억7333만t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어 유럽연합(EU) 2억2357만t, 일본 1억2994만t, 인도 1억2633만t, 미국 1억1323t 등의 순으로 많았다. 한국은 8074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세계철강협회가 집계한 10월 조강생산량은 1억453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특히 중국이 6.1% 증가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지만 생산량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다. 내년까지 감산 계획이 실행돼도 대부분 노후 설비를 폐쇄하는 것이라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회의론도 팽배하다.
여기에 미국발 글로벌 보호무역장벽이 높아지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포럼 직후 미 무역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일부 국가가 계속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보호무역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쥐고 있다. 한국산 등 수입 철강재가 안보에 위협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산 철강재의 미국 수출이 막힐 수 있는 커다란 변수다. 덩달아 다른 국가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 '맞불'을 놓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사 결과도 변수로 작용해 내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