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새해부터 반도체 통상압박…수출길 '비상'

반도체 기업 비트마이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겨냥 특허소송 제기

입력 : 2018-01-02 오후 5:05:5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새해부터 한국 최대 수출 효자품목인 메모리반도체를 겨냥한 미국 기업들의 견제가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철강, 태양광, 세탁기에 이어 수출 1등 공신인 반도체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 비트마이크로(BiTMICRO)는 지난달 21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HP·델·레노버·에이서스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반도체 업체들이 제조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적층전자 부품 등의 제품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외국 제품에 대해 ITC가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다.
 
ITC는 업계의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30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최종판정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반입 배제, 압류 및 몰수를 명령할 수 있다. 최종판정일로부터 60일 이내 미국 대통령은 최종 결정을 거부할 수 있으나, 추가 조치를 명령하지 않을 경우 ITC 결정에 따라 제재 조치가 발동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사실상 한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위, 7위를 차지하는 선두 업체들이다. SSD는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대용량 저장장치로,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사용해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정확한 소송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일단 말을 아꼈다.
 
미국의 통상압박은 철강, 태양광, 세탁기에 이어 반도체로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ITC는 지난해 10월에도 미국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인 테세라의 제소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해 특허침해 여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또 11월에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반도체업체 넷리스크가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통상압박이 반도체로까지 확대될 경우 수출 개선 흐름에도 먹구름이 드리운다. 반도체는 지난해 국내 수출을 주도한 1등 품목으로, 올해도 수출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반도체 선전에 힘입어 전년보다 15.8% 증가한 5738억6500달러로 집계됐다.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는 전년보다 57.4% 증가한 979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단일 품목으로는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 9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선전으로 대미 수출도 686억달러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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