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각변동 일단락…후속조치로 IPO

지배구조 개편에 M&A까지, 자금 지출 커…유동성 확충 방안으로 상장 추진

입력 : 2018-01-03 오후 5:51:3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지배구조 개편과 인수합병(M&A)의 지각변동이 지난해를 끝으로 일단락되면서 올 한 해 후속조치로 기업공개(IPO)가 유력해졌다. 부채를 줄이고 새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상장 외에는 뾰족한 대안도 없다. 다만, 엄격해지는 경제민주화 규제로 일부는 상장을 망설이는 기류도 감지된다.
 
각종 지주사 체제 전환 혜택이 줄어들 염려로, 지난해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이었다. 공정위를 앞세운 정부의 재벌개혁 압박도 기업들 움직임을 부추겼다. 자연스레 분할·합병 비용을 비롯해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 등 자금 지출이 커졌다. 4차 산업혁명 등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M&A 사례도 이어졌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면서 부채가 불었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IPO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3일 각 사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SK바이오팜, SK루브리컨츠 등이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과거에도 수차례 상장을 검토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업황 전망이 기대 이상이다. 모그룹인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 출자 등 필요자금이 많아졌다. 상반기 1조300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유상증자 계획도 예고돼, 자금 수요는 꾸준히 제기된다.
 
SK바이오팜은 2015년 SK 통합지주 출범 당시 2018년까지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 출시 일정에 맞춰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루브리컨츠도 올 상반기 목표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윤활기유 시장 역시 전망이 나쁘지 않아 상장에 적기라는 판단이다. SK는 지난해 SK(주)를 비롯해 SK바이오텍, SK종합화학,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들이 대거 M&A 시장을 누볐다. M&A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유동성 확충의 필요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시장에서는 SK실트론, SK E&S, SK인천석유화학, CJ올리브네트웍스, 호텔롯데, 롯데정보통신 등이 IPO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대어로 꼽히는 호텔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2019년경 상장을 언급한 바 있다. 신 회장이 1심 재판에서 구속을 면하고, 지주사 전환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상장 계획이 빨라질 수도 있다. CJ는 이재현 회장 복귀 이후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며 M&A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 CJ제일제당 인수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연장선에서 향후 지배구조의 핵심이 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상장 가능성이 기대를 모은다.
 
공모 신주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증권시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 상장은 여러모로 기업에 유리하다. 대외 신뢰도 상승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다. 반면 배당과 각종 공시 등의 의무는 부담이다. 상장사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당장 올해부터 섀도보팅이 폐지돼 주총 안건 처리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회에는 집중투표제, 감사의원 분리선임 등 상장사의 주주의결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대기 중이다. 하반기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의 간섭도 심해질 전망이다. 상장을 고려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는 예정된 수순”이라며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상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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