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지난해 12월21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7 교원 에듀 딥 체인지' 기자간담회 자리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오랜만에 언론 앞에 얼굴을 비친 장 회장보다 장남 장동하 기획조정부문장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장 부문장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까닭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2세 승계를 본격화 하는 자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교원그룹은 이미 장 부문장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러 계열사 대표직을 맡기는 동시에 이들 회사의 지분도 장 부문장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원그룹은 교원을 비롯해 교원구몬, 교원여행 등 총 9개 비상장사로 이뤄져있다. 이 가운데 장 부문장은 교원크리에이티브, 교원라이프, 교원위즈 등 3개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여기에 대표직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다단계판매 업체 교원더오름의 실질적인 경영도 장 부문장이 담당하고 있다.
장 부문장은 계열사 지분을 통해서도 그룹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먼저 대표직을 맡고 있는 교원크리에이티브와 교원라이프 지분을 각각 70%씩 가지고 있다. 교원위즈는 교원크리에이티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장 부문장이 소유한 셈이다.
실질적인 그룹 승계를 위해서는 지주회사격인 교원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교원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교원구몬의 지분 40.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교원여행과 교원하이퍼센트 등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교원의 지배력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구조다.
지난 2012년 말까지만해도 교원의 지분은 장 회장(78.28%), 부인 김숙영씨(9.86%) 그리고 공동창업자인 이정자 전 교원그룹 부회장(11.87%) 등 세 명이 나눠가지고 있었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이 퇴진하고, 정수기 등 생활가전 제조·판매 업체인 교원L&C와 합병이 이뤄지며 지분 소유에 변화가 생겼다. 특히 교원L&C 지분 70%를 보유했던 장 부문장은 2013년 1월 두 회사의 합병으로 단숨에 교원 지분 5.22%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반면 장 회장의 지분율은 75.68%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향후 추가 합병을 통해 장 부문장이 교원 지분율을 늘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합병 시 합병비율을 높이기 위해 장 부문장이 소유한 회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최대한 몸집을 키울 것이란 구체적인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교원L&C는 교원과 합병 직전인 2012년, 매출액 525억원 가운데 523억원이 교원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
향후 추가로 교원과 합병할 기업으로는 교원크리에이티브가 언급된다. 장 부문장이 지분 70%를 보유한 이 회사는 이미 교원과 한번 합병했던 전력이 있는데다 교원위즈를 100% 자회사로 가지고 있어, 추후 유력한 합병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12월 설립된 이 회사는 2013년 9월 교원에 합병됐다가 2016년 9월 물적분할을 통해 동일한 명칭의 회사로 다시 독립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기업에서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꼼수 승계는 흔한 일"이라며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 합병 당시에 합병비율을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비상장사인 경우는 합병비율 산정 과정 자체를 오너 일가가 편의대로 조정할 여지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그룹 승계 작업을 마친 바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7 교원 에듀 딥 체인지' 기자간담회에서 장평순(왼쪽) 교원그룹 회장과 장동하 기획조정부문장이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교원그룹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