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조선업계가 고정비 감축에 사활을 걸었다. 임금 반납, 감원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 같은 원가절감 대책만으로는 구조적인 수주절벽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협력업체들로 이어질 연쇄피해 등 조선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삼성중공업은 8일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임금반납 동의서'를 배포한다. 3월부터 연말까지 10개월간 기본급 10%를 회사에 반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과장 직급 이상 임직원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임금을 반납해 왔다. 올해부터는 이를 과장 이하 일반 사원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2300여명의 추가 감원도 뒤따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까지 임직원 2700여명을 줄였다. 2016년 자구안에는 5000명의 감원 계획이 담겼다. 이른 시일 내 희망퇴직 등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존 89개 팀을 67개로 간소화했고, 임원 수도 72명에서 30%가량 축소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고정비 감축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 임원인사를 통해 조선·해양부문 임원 10%를 줄였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일감부족을 이유로 순환휴직과 휴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개월 순환 무급휴직을 비롯해 임직원 임금반납 등을 통해 고정비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조선업계의 전망은 올해도 부정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강환구 사장 신년사를 통해 올해 매출 목표를 7조987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10조364억원 대비 2조494억원 줄어들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7조9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 줄어든 5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정비 부담은 커졌고, 이는 전사적 차원의 고통분담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가절감의 한계와 함께 위험성을 지적한다. 한국보다 앞서 세계 조선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은 1980년대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만 매달리면서 경쟁력도 크게 후퇴했다. 무엇보다 협력업체에 기반한 조선업 특성을 고려하면 조선3사의 원가절감에 따른 실질적 피해는 영세 2·3차 협력업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더 나아질 것도 없다"며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의 좁혀진 기술 격차를 다시 어떻게 벌일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