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임현)는 김 전 기획관을 유출 피의자로 입건한 후 수사를 진행했으나,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불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불상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가 대화록 보고서를 정치권에 유출하고, 2013년 1월 월간조선 2월호에 보도되도록 누설한 의혹에 대해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보고서 사본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했다는 청와대 파견관의 진술과 해당 보고서가 월간조선에 보도된 보고서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등 유출 정황을 확인했지만, 기소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11월28일 김 전 기획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12월5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 전 기획관은 대화록 보고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는 13일로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이번 사건은 수사를 종결하고, 김 전 기획관의 군 정치관여 사건과 청와대 비밀 문건 소지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7월까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국군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증원 시 차별적인 선별 기준을 지시하고, 정부 여권을 지지하면서 야권에 반대하는 취지의 사이버 활동을 지시하는 등 정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청와대 근무를 그만두면서 군사기밀 서류와 대통령 기록물 문건을 무단으로 유출해 보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군형법 위반(정치관여)·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달 13일 "객관적 증거 자료가 대체로 수집된 점, 주요 혐의에 대한 피의자의 역할과 관여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는 점, 관련된 공범들의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군 사이버사 활동에 대한 수사는 김 전 장관도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11일 군형법 위반(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김 전 장관을 구속했지만, 법원은 같은 달 22일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와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신청을 인용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난해 12월13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