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은행들은 시대변화를 잘 읽어야

입력 : 2018-01-10 오전 6:00:00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상반기에만 8조1000억 가량의 순이익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조1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것은 이자이익이다. 아마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낮은 틈을 이용해 각종 가산금리를 붙이는 등 바가지금리 장사를 한 결과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사회공헌 지출은 보잘 것 없다. 작년 국정감사 기간중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17개 은행의 사회공헌 예산집행은 2013년 5767억원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2016년에는 3949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7월말 기준으로는 1643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공헌은 의무는 아니니까 양해해 주고자 한다. 그렇다면 직원들 고용이라도 안정돼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도리어 또다시 감원드라이브가 걸렸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 선도은행을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앞장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올해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은 물론이고 2019년과 2020년 임금피크제 전환예정자, 그리고 1978년생까지도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허인 은행장의 ‘첫 선물’ 치고는 고약한 선물이다. 신한은행도 2일부터 5일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1011명이 우리은행에서 정든 직장을 떠났고,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40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534명을 내보냈다. 하나은행에서도 지난해말 207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퇴직했다.
이같은 감원선풍에 대해 은행들은 직원에게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11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직원이 새로운 출발을 원하면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은행의 감원은 연례행사처럼 자행돼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에만 2900명 가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정규직은 3500여명이나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는 700명 넘게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지금 새삼 까다롭게 추궁하고 싶지는 않다. 옛말에도 지나간 일은 충고하거나 간언할 수 없다(往事不諫)고 했으니까.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는 어렵다. 경영상태가 적자라거나 이익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면 이해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상최대 이익을 낸 마당에 직원을 대거 내보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욱이 요즘 실업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럴 때 채용여력이 있는 곳에서 채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인위적으로 내보내는 일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분명히 지금 은행들에게는 무리하게 인원을 줄여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대형은행들이 감원경쟁을 벌인다니 상식의 여신(女神)을 울먹이게 하는 처사이다. 다분히 습관성 감원 아니면 경영자가 실적을 내기 위한 술수라는 인상이 짙다.
 
하긴 은행들은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것도 사실이다. 바가지 금리를 씌우는 버릇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신한은행은 지난해말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하려고 했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납득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기준금리 상승분을 반영하면 충분한 데 가산금리까지 올리려고 하니 막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처럼 금융당국이 ‘샤일록의 친구’ 노릇을 할 때는 근거 없이 가산금리를 올려도 용인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바가지금리는 용인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의 하나로 100㎞ 행군을 감행한 것도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를 위해 여자 직원들에게는 피임약까지 지급했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과거 총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주입하기 위해 재벌들이 애용하던 방식이다. 신중하고 차분한 판단력이 중요한 은행원들에게 낯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은행들은 이제 시대변화를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힘없는 서민들에게 바가지 금리를 씌워서 손쉽게 돈벌던 시대는 끝났음을 알아야 한다. 무분별한 감원을 실적으로 인정받는 시대도 더 이상 아니다. 이런 시대변화의 의미를 숙고하면서 창조적인 경영혁신을 이룩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경쟁력도 키우고 해외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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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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