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재벌개혁의 하나로 주주 의결권 확대에 힘쓰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활약이 주목된다. 지난해 30대그룹 주주총회 안건 중 국민연금이 반대한 비율은 13%로, 전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올 하반기 스튜어드십코드까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견제 기능이 한층 강화돼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그룹의 지난해 정기 및 임시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44회 주총에 상정된 639건의 안건 중 13.3%에 해당하는 85건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 비율이 전년 대비 3.3%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연금의 반대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최종 부결된 안건은 4건으로 전체의 0.6%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단독으로 부결까지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외에도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안별로는 임원 선임 및 해임 관련 안건 반대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반대표 85건 중 절반에 가까운 47.1%(40건)가 여기에 해당됐다. 이어 정관변경 20.0%(17건), 이사·감사 보수 16.5%(14건), 재무제표 승인 및 배당금 10.6%(9건), 합병·분할 5.9%(5건) 순이었다.
그룹별로는 CJ에 대한 반대표가 가장 많았다. 39건의 주총 안건 중 13건(33.3%)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정관변경이 8건, 이사·감사 보수가 5건이었으며 특히 이사·감사의 과도한 보수에 대해서는 CJ CGV, CJ프레시웨이, CJ헬로, CJ오쇼핑 등 4개 계열사가 국민연금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한진(31.3%, 5건)도 반대가 30%를 넘었다. 한화(29.6%, 8건), 롯데(25.5%, 13건), 미래에셋(21.4%, 3건)도 20%를 넘었다. 이중 롯데는 국민연금이 30대그룹 주총 안건에 반대해 부결시킨 총 4건 중 3건을 차지했으며, 모두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안건이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