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유엔(UN) 안보리 제재 틀 속에서는 우리 정부 독자적으로 개성공단 재개가 어렵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관련해 남북회담으로 공단 재개 기대감을 높였던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종국엔 공단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드러냈다.
11일 옥성석 나인모드(의류·패션업체)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국제사회 관계와 얽혀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정부가 올해 안에 적절한 시기를 잡아 구체적인 계획을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신한물산 대표)은 "대통령이 국제 관계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말씀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종국적으로 공단 정상 가동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인 오오엔육육닷컴의 강참범 대표는 "공단재개 가동이 즉각 이뤄지기는 어렵더라도 개성공단에 있는 민족자산인 생산시설, 기계 등 장비가 노후화되지 않도록 최소한 관리라도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를 총괄하는 김서진 상무는 "비핵화 문제의 진전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대통령의 진심은 개성공단 재개로 보고 있다"며 "평창 올림픽을 잘 치르고 개성공단 재개까지 쭉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기업인들이 공단 재개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것은 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하던 옥성석 대표는 "공단 폐쇄로 건물·기계 등 50억원을 투자했는데 65%정도만 보상을 받은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는 베트남 쪽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옥 대표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2009년부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강참범 대표는 "개성공단에 1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지만 공단 폐쇄로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며 "80억원이던 매출이 작년엔 500만원으로 줄어 지금은 생활 자금이 없어서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문구)는 "개성공단에 있던 직원 300여명이 뿔뿔히 흩어졌고, 공단 폐쇄로 공급선이 막혀 거래선이 사라지는 등 기업 미래가치가 상실됐다"며 "매출은 20분의1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월10일 박근혜정부가 공단 가동을 중단한 뒤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1조5000억원 규모다.
기업인들의 조속한 공단 재개 바람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9일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논의 제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향후 회담에서 비핵화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동맹국인 미국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불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 비핵화-후 공단재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개성공단 재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수는 "개성공단 재개가 북핵 의제와 관계 없는 남북경제협력의 문제로, 오히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며 "동시에 북한에는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대북제재 완화 등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있었던 9일 오전 경기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 회원들이 회담 성공 기원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