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16일 은행연합회가 코픽스 지수를 공시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시중은행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바로 내놓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부분 은행은 "이달말 안에 출시할 것"이라며 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이런 사정은 바로 '기업은행'때문이다.
시중은행은 확정된 코픽스 지수에 스프레드(가산금리)를 붙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매긴다. 여기서 가산금리를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순익은 크게 달라진다.
원래 예상됐던 금리 인하폭은 0.1%정도였다. 18일 SC제일은행이 먼저 내놓은 코픽스 상품 금리는 실제 5.08~6.18%로 기존에 비해 0.1%포인트 금리가 낮다.
그러나 다음날 19일, 기업은행이 깜짝놀랄만한 수준의 금리를 들고 나왔다. 최대 0.48%포인트 금리를 낮춘 것.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금리인하폭이 SC제일은행은 연 10만원에 불과한 반면 기업은행은 약 50만원 가까이 된다.
시중은행은 당황했고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미 상품 설계는 끝났지만 금리 수준을 어느 장단에 맞출지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3일 "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지 않아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데 나머지 은행들은 그런 상황이 못된다"며 "기업은행의 인하폭이 너무 커 지금도 계속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지만,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연말 기준 70조원에 달한다.
두 은행이 똑같이 0.5%포인트 금리를 내리고 모든 대출자가 코픽스 상품을 선택할 경우 기업은행은 이자손실이 500억 수준이지만, KB국민은행은 3500억이나 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정부 지원을 받는 국책은행(기업은행)이 금리를 너무 내리는 바람에 나머지 은행들의 입장만 곤란해졌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은행의 이런 '화끈한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시중은행들은 각각 0.2%~0.3%포인트씩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말에 제일 먼저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코픽스 금리 인하까지 더하면,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 담보대출금리를 1%가까이 낮춘 셈이 된다.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오는 25일 코픽스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실무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지만 내부적으로 금리 수준 때문에 임원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간 금리 수준에 대한 협의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시중은행들 모두가 부인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코픽스 설명회에서 "은행간 협의가 있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민, 신한, 농협 등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은행들은 이에 따라 25일 이후 관련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의 '눈치보기'는 이번 주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