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남재준 전 원장 혐의 부인

"당시 상황과 구체적 내용 알지 못해"…하경준 전 대변인도 혐의 부인

입력 : 2018-01-24 오후 2:56:1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하경준 전 국정원 대변인도 마찬가지로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24일 열린 남 전 원장과 하 전 대변인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남 전 원장 측은 "구체적 의견과 입장은 수사기록을 검토한 후 진술하겠다"면서도 "당시 상황이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며, 수사를 방해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남 전 원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직접 재판에 나온 하 전 대변인 역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변인 직책으로 회의에 참석했을 뿐 의사결정에 참여해 공모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위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변인 위치에 있는 내가 국정의 모든 걸 알 수 없으며,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전 원장 측은 재판부에 방어권 보장과 심리의 효율성 차원에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의 재판을 먼저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 조직체계가 시스템으로 돌아가 분리해서 진행하면 불필요한 절차 진행이 있어 같이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연 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병합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남 전 원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공작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4월에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남 전 원장 주도로 '현안 TF(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검찰 수사에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5월 전체 부서장 회의 녹취록 제출을 요구받자 감찰실 직원들에게 정치 관여, 선거개입 문구로서 향후 수사 및 재판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관련 증거 자료들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또 2013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국정원 직원들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하 전 대변인은 2012년 12월~2013년 3월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이 불거지자 '심리전단 활동은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며, 국정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2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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