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개혁에 예외는 없다. 집중 타깃인 삼성, 현대차에 비해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SK도 실상은 다르지 않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화살이 SK를 향한다. 해당 규제를 정공법으로만 풀자면 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 전환이 해법의 실마리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과 SK하이닉스의 지분 스왑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SK하이닉스는 25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SK는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실적 고공행진에 주가도 하늘로 치솟았다. 1년 전보다 50% 이상 높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로 간신히 지주회사 지분 요건을 채우고 있다. 지분 요건을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부담이 상당하다. 현행 지주사 지분 요건은 상장 자회사 최소 20%, 비상장 40%다. 개정안은 이를 각각 30%, 50%로 높인다. 지배주주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며, 올해 국정과제로도 제시됐다.
국내 지주사를 통틀어 SK가 가장 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신규 지분 요건을 채우는 데 7조원 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시총은 55조원에 육박해, 지분 10%를 높이는 데 5조50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SK(주)가 SK텔레콤 주식 25.22%를 30%까지 늘리는 데도 1조원가량 필요하다. 이밖에 대한송유관공사(비상장 41%), 행복나래(비상장 42.5%), 나노엔텍(상장 28.5%), SK바이오랜드(상장 27.9%), 대전맑은물(비상장 32%) 등 기준 미달 계열사가 많다. LG의 경우 규제망에 걸리는 곳이 전혀 없다. CJ는 최근 CJ제일제당이 20.1%에 불과했던 CJ대한통운 지분을 40.2%까지 늘려 과제 하나를 풀었다.
SK는 사실상 기업분할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중간지주 전환을 고려한다고 밝힌 것이 단초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을 존속 투자회사와 신설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를 중간지주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분할 후 투자회사가 사업회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SK(주)가 사업회사 주식으로 공개매수에 응해 현금 대신 투자회사 신주를 교부받는다. 이를 통해 SK(주)-SKT 투자회사(중간지주)-SKT 사업회사의 연결고리가 강화된다.
이후 방향을 두고는 예측이 분분하다. SK(주)와 SKT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하나다. SK하이닉스를 SK(주) 자회사로 올릴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증손회사 100% 지분 규제가 풀리면서 투자가 수월해짐은 물론, 최태원 회장의 배당확대 효과는 덤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소수 지분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에 SK(주)와 SKT 투자회사가 각각 C&C사업과 SK하이닉스 지분을 스왑하는 방법도 예상된다. SK텔레콤의 자사주(12.6%)를 활용하면 지분 확보가 쉽지만 자사주 편법에 대한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다. SK 고위 관계자는 “절차가 어려워도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려 M&A를 원활하게 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