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시민단체가 이른바 '법관 사찰' 사건에 대한 책임자를 추가로 고발한다. 참여연대는 오는 2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번 고발을 위해 참여연대는 24일을 시작으로 28일 정오까지 시민 고발인단을 모집했으며, 여기에는 1000여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 권한 범위를 넘어 법관의 이념적 성향과 인적 관계, 행적 등을 폭넓게 수집한 것이 밝혀졌다"며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나왔듯이 사법행정권을 쥐고 있는 이들이 법관들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과 사법 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억압했고, 사법행정위원회나 판사회의 같은 법원의 공식적인 기구에 특정 판사들을 배제하는 방침을 담은 문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사법행정권을 쥔 이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법관들을 배제하고 차별한 것으로 부당하기 그지없다"며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한 점과 그 후에는 법원행정처가 대응 방향을 검토한 것도 확인됐는데, 이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부당하고 위헌적인 법관 사찰과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의 추가 고발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검찰도 직접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발장이 접수되면 이미 법관 사찰과 관련한 2개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서 수사를 맡을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형사1부(부장 홍승욱)에 배당했던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로 재배당하면서 "본격적인 수사 착수 상태는 아니며, 관련 사건의 진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지난해 6월 양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 8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당시 이 사건은 형사1부에 배당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6일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추가로 고발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사자 동의 없이 법원행정처 관계자 컴퓨터를 조사했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 7명을 비밀침해 등 혐의로 고발했고, 이 사건은 공공형사수사부가 수사를 맡았다.
추가조사위원회는 22일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사법행정 목적의 달성,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 보완 등을 이유로 가능한 공식적, 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는 심의관 출신 등의 이른바 '거점법관'을 통해 해당 법원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코트넷 게시판뿐만 아니라 법관들의 익명 카페,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까지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을 파악해 왔다"고 발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