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규제 혁신, 공무원의 '적극행정'이 답이다

입력 : 2018-01-30 오전 8:00:00
규제혁신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정부도 이에 부응하여 연일 규제혁파에 나서고 있다. 총리, 부총리는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직사회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22일 규제개혁토론회에서 신산업분야 기업의 약 50%가 규제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며 현장규제의 32%가 법·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역대 정부가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다시피 했지만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법령이나 제도에 치중하여 현장과 괴리된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규제의 신설·폐지로 인한 특정이익집단간의 갈등을 우려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업무와 관련하여 공무원교육과 지침의 부족, 사전의견수렴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결여된 것도 한몫했다.
 
공무원이 법과 규정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보수적인 업무행태를 보여주게 된다. 즉, 변화에 따른 요구를 적시에 수용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대통령의 "근거규정이 있어야만 사업할 수 있다는 전제를 재검토해주길 바란다."는 말은 시대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유연하게 검토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새로운 위생용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려면 제품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작 기관에서는 “기준이 없다”, “전례가 없다”, “상부에 얘기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과 규정이 없어서 못하면 법과 규정을 만들고, 법과 규정이 있어서 못하면 법과 규정을 바꾸면 될 것이다. 그리고 명확하게 안 되는 것은 충분한 설득과 홍보를 해야 한다. 그 주체는 공무원이다. 규제혁신의 성패는 결국 공무원의 관행과 태도의 개선에 달려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바로 소극적인 행정을 근절하고 적극행정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다. 소극적인 행정은 법이나 규정에는 충실하지만 그 외의 도덕적·윤리적인 면이나 국민의 정서나 요구에는 반하는 전형적인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에서 비롯된다. 공직사회에는 열심히 일하다보면 실수를 하거나 일한 사람이 감사를 받는다는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일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소극행정의 전형이다. 반대로 적극행정은 공익을 위해서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소극행정을 근절하고 적극행정을 유도하고자 인사혁신처가 나서서 모든 행정기관에 적극행정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 사례발굴을 실시하고 있다.
 
적극행정의 모범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LTE무한요금제 부당광고’를 시정하고 2700억 원의 보상을 이끌어낸 소비자원과 공정위, 방통위의 협업, 공무원이 일정기한 내 민원을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처리 된 것으로 인정하는 법제처의 ‘신고민원처리제도의 합리화’, 듣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눈으로 보는 ARS서비스’를 구현한 우체국콜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감사원법과 공무원 징계관련 규정을 바꾸어 일의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책임을 면하거나 감경해주는 ‘적극행정면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지역 청소업체가 부정당업체로 영업제재를 받아 음식물쓰레기수거작업이 중단되었다. 곳곳에 악취가 진동했다. 이웃 지역의 업체는 거리상의 이유로 계약을 거절했다. 결국 시민들의 고통이 심해지자 담당공무원은 제재중인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했다. 부적격업체에 일을 맡긴 셈이다. 해당 공무원은 감사에 적발되어 징계의 위기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 건은 시민을 위한 적극행정으로 인정되어 면책을 받을 수 있었다. 법과 규정만 고수했으면 시민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규제운영의 주체인 공무원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요구 또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공무원이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려면 적극적이고 성실한 모습으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집행은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규제혁신은 양면성을 지닌 난제임에는 틀림없다. 꼭 필요한 규제는 부당하거나 무리한 요구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시끄럽고 귀찮다고 멀쩡한 규제를 무분별하게 풀어 헤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대적 사명을 다했거나 국민이나 기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발목형·장벽형 규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느 때보다 공무원의 적극행정이 필요한 때다.

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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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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