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평화 분위기로 급변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결정되었고, 끊어진 한반도의 허리를 잇는 남북회담이 연이어 이어질 전망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가져오고,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낭보이다.
한반도의 해빙 소식과는 거꾸로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여 역대 최악의 상황이고, 사회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불, 경제성장률 3% 달성이라는 경제 지표와 달리 국민들의 가계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삶은 변화가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8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고용 및 경제 정책의 뚜렷한 변화가 없는 한 미래도 전망이 밝지 않다.
노동인구 특성상 앞으로 3∼4년 동안 청년실업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정부의 일관된 일자리정책의 추진, 경제 개혁의 전면화,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고통분담과 협치가 필수적이다. 저임금의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화, 복지확대와 함께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 및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우리네 현실은 거꾸로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적폐세력들은 반성은커녕 개혁의 발목잡기에 온 힘을 기울인다.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고, 국민통합의 저해요인이라고 점잖게 꾸짖는다. 개혁 피로도를 들먹이며 미래로 나가자고 한다.
올 초부터 경제 개혁을 반대하는 재계와 기득권층들의 반격이 거세다. 최저임금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이 요즘처럼 동네북이 된 적이 없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지 30년 만에 최저임금 논란이 커진 것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대폭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최저임금은 법에 명시된 목적과는 달리 구색만 갖추어 유지돼 왔다.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지만 한국의 저임금노동자(전체 노동자 임금 중위값의 3분의 2 미만인 경우)의 비중은 23.7%로 경제협력개발(OECD)국가 중 아일랜드와 미국에 이어 셋째로 비중이 높다.
통계청의 2016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1968만 7000명 중 월수입 200만원 미만 근로자는 45.2%였다. 월수입 100만원 미만 근로자는 11.4%, 100만∼200만원은 33.8%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은 저임금노동자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치적인 합의의 산물이었다. 한 달 꼬박 일해도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노동현장의 목소리가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으로 모아졌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높여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강력한 수단임은 대다수 국가에서 확인된 결과이다.
과거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을 조정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던 OECD 9개 국가들도 1990년대 이후에 최저임금제도의 대열에 동참했다.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방법 중 최저임금제도 보다 나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OECD뿐 아니라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까지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고,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의 최저임금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구매력평가지수(PPPs)를 이용해 시간당 실질최저임금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5년 5.45달러로 10.90달러인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고, 독일 10.21달러, 영국은 8.17달러, 미국은 7.24달러, 일본은 6.95달러로 우리나라에 비해 최저임금의 실질구매력이 훨씬 높다. 대폭 인상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7530원이고, 월 157만원이다.
물론 최저임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시적인 상황을 넘어 한계기업이 조정되고, 영세사업장에 대한 정부지원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일자리가 늘고, 최저임금을 받고 있던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져서 궁극적으로 소득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우리 모두 조금씩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미조직, 영세사업장,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원고를 마무리 할 쯤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울산 태화동 주상복합아파트 리버스위트에서는 경비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매달 가구당 관리비를 9000원씩 인상하여 해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돈보다 사람'이 귀한 사회가 선진 사회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