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입법화 논쟁 본격화…거래소 제도화는 공감

정부 "화폐는 투자 대상 아니다" vs. 업계 "독자적인 법령 추진해야"

입력 : 2018-01-29 오후 4:40:41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정치권이 가상화폐 입법화를 전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함에 따라 가상화폐 제도권 도입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의 대립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공동주최한 '암호통화 어떻게 입법화 할 것인가?' 토론회에 이어 더민주 민병두 의원 가상화폐 입법화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어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한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이날 '암호통화 어떻게 입법화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가상화폐의 입법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것은 가상화폐의 '가치'와 '정의’였다.
 
정부를 대표해서 토론회에 참석한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과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해 부정했다.
 
심 단장은 "가상화폐는 본질적으로 가치가 전혀 없음에도 화폐나 금이 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며 "한국은행만이 화폐 발행권을 갖고 종이에 법으로 가치를 두고 강제통용하게 하는데 아무나 통화를 만들면, 시장 원리에 따라 통화끼리 거래가 됐다 안됐다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팀장은 "화폐라는 용어가 적정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화폐는 지급하는 것이지 투자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안찬식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정부의 가상화폐 정의에 따라 입법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변호사는 "유사수신에 (가상화폐를)넣는 것은 (가상화폐에 대해)부정적인 것으로 업계 시각을 잘 못 본 것"이라며 "그렇다고 자본시장법에 넣으면 너무 제도화 돼 공식화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가상화폐가 포함될 경우 부정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본시장법'에 가상화폐를 포함시킨다면 사실상 새로운 업권으로 분류하게 돼 제도화를 인정하는 모양이 된다.
 
이에 안 변호사는 해결책으로 독자적인 법령 추진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법령에 넣으면 법 정확성, 체계화, 정확성, 제도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별법 형식으로 독자적 법령을 만들어 규율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특별히 지금 기술 발전이 빠르고 국민의 수용도가 낮은 상태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를 잘못하면 법 적용의 경직성 등이 생긴다"며 "(가상화폐) 개념을 정리하지 않고 처리하려면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으로 보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거래소 폐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 교수는 "거래소를 폐쇄하면 P2P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는 거래소 이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라며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했는데 투자자를 더 위험한 환경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 ▲투자적격업체 지정 ▲거래소 등록 ▲실명제 도입 ▲보안감사 같은 제도 확립을 입법에 포함될 우선순위로 꼽았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화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강 단장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등록·허가·신고·인가 중 어떤 형태로 운영돼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또 제도화에 따라 적격코인을 지정함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격코인을 지정할 경우 적격코인 소지자 외 다른 코인 소유자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변호사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율규제안을 입법 내용에 참고·반영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거래소 보안을 금융권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소 설립을 허가제로 해 높은 보안과 안정적 운영이 보장되도록 유도해 이용자들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행 거래소의 등록 및 운영 등의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기존 통신판매업자와 차별화시키고 영업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기 위해 거래소 등록을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거래소에 대해 법적 감시 및 모니터링 등 강한 규제와 고객의 계좌를 보관하거나 자기매매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단순 교환 및 거래만을 중재하는 기관으로 제한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하 의원은 이날 토론회로 그치지 않고 계속 가상화폐 입법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하태경 의원은 "가상화폐의 개념에 있어서 공감대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단 법안은 발의하고 공론화 하기 위해 오늘같은 자리를 자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암호통화 어떻게 입법화 할 것인가?'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양진영기자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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