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박 여론조사' 박근혜 전 대통령 추가 기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비용 지원 이병호 전 국정원장 뇌물 적용
화이트리스트 관련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7명 직권남용 혐의

입력 : 2018-02-01 오후 4:24:3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6년 4·13 총선 전 이른바 '진박' 인사를 공천·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진행한 혐의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여론조사 비용을 포함해 뇌물을 주고받은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관계자도 함께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박 전 대통령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김재원·조윤선 전 정무수석,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헌수 전 기조실장,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새누리당 비박계 현역 의원 배제, 친박 인물 대거 국회의원 당선 등 목적으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박 전 대통령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또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와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친박 인물의 적정성을 검증한 후 추천하고, '친박 리스트'와 '지역구별 경선 및 선거 후보자 지지도 현황'을 정리했다. 대구·경북 등 4개 '광역지구별 경선·공천 전략'을 수립하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안'과 친박에 유리한 '공천룰 검토 자료'도 작성했다.
 
이 기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정 친박 후보자의 출마 지역 변경과 특정 지역구 출마 종용이 이뤄졌고, 유력 친박 현역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쟁 후보자가 출마 지역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배제 대상 비박 의원과 경쟁 관계에 있는 특정 친박 후보에게는 경선 연설문도 제공됐다. 총선 직전인 2016년 2월과 3월에는 공천관리위원회 측에 '친박 리스트'와 '공천룰 검토 자료' 등을 전달해 비박계 의원이 배제되고, 친박 인물이 공천 또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현 전 수석은 약 120회에 달하는 여론조사를 수행했으며, 극비리로 진행돼 청와대 예산으로 약 12억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2016년 3월 이병호 전 원장에게 5억원을 지원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비용 지원은 바로 이행되지 않았고, 현 전 수석의 후임인 김재원 전 수석이 재차 요청해 그해 8월 북악스카이웨이에 있는 주차장에서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전액 현금으로 받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 전 수석과 김 전 수석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 혐의의 공범으로 의율됐다.
 
이병호 전 원장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 혐의에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도 포함됐다. 또 이헌수 전 실장과 공모해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장 직무 수행과 국정원 현안 관련 편의 제공 등 명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총 21억원을 공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16년 6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매월 5000만원을 지원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그해 8월까지 이원종 전 비서실장에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총 1억5000만원을 공여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병기 전 원장은 이 전 실장과 공모해 2014년 10월 2015년도 국정원 예산안 관련 편의 제공 명목으로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1억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원장은 추 전 국장과 공모해 2014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조윤선 전 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게 국정원 국익정보국(8국) 활동비 매월 800만원 등 총 4800만원을 공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를 포함해 추 전 국장이 조 전 수석 등에게 공여한 뇌물의 규모는 총 1억5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보수 단체 지원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준우·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소통비서관을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 전 실장 등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어버이연합, 고엽제전우회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수석과 오 전 비서관은 조 전 수석에게 유리하도록 허위로 증언하는 등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017년 1월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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