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된 후 ‘국민 신뢰 회복’이 삼성의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재벌의 집행유예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소위 ‘3·5’ 법칙의 부활로 판결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는다. 삼성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사회공헌 등 여러 카드를 준비 중이다. 부친과도 연이 깊은 평창올림픽부터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길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삼성은 외부에 비쳐질 시선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6일 “석방이 갑작스럽기도 해 이후 행보에 대한 준비가 아직 안된 상태”라며 “이 부회장이 1년 동안의 성찰을 바탕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대로 그에 걸맞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올림픽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역할을 하고 있어 참석을 고민 중인데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글로벌 행사에 나가는 게 어떤 식으로 비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이 부회장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항의 글이 빗발쳤다. 가장 추천수가 많은 글은 이날 오후 추천수가 10만 건을 훌쩍 넘겼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재계는 재벌개혁 여론이 불붙을 가능성도 내다본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여당에는 오히려 재벌개혁 여론을 끌고 갈 동력이 될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제도 개혁에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보유 유가증권의 시가평가 ▲기존 순환출자 금지 ▲지주비율 강화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 다수의 법안들이 삼성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으로선 재판의 역풍으로 ‘규제 쓰나미’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불끄기가 시급한 삼성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나 2·3차 협력사 상생확대 등 사회공헌 약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구조 개선, 금융지주전환을 통한 금산분리 및 순환출자 해소 등 이 부회장만이 결정 가능한 카드도 놓여 있다.
가까운 시점으로 9일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이다. 이건희 회장이 유치활동을 벌인 공적으로 남다른 사연도 있다. 이 회장이 정치공세를 무릅쓴 원 포인트 사면을 받아 국민에 보답한다는 사명으로, 11차례 해외 출장 강행군과 110명의 IOC 위원을 만나고 설득하며 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출소 후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이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는 삼성병원이었다. 부친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회 성공개최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삼성은 최근 실용 노선으로 스포츠마케팅을 대폭 줄였지만 평창동계올림픽만은 메인 스폰서 자격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비판여론에 대한 해법은 어중간한 사회공헌보다 결국 이 부회장이 성공한 경영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며 “세계에서 리더십을 인정받기 위해 올림픽에도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