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국내 철강기업의 올해 자동차강판 생산량이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요처인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이 정체에 빠지면서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국내 철강업계가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고강도·경량화 기술개발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완성차 기업의 자동차 생산량은 421만대로, 지난해보다 0.9%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에 쓰이는 냉연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 수요도 작년에 비해 각각 0.49%, 0.2%로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은 자동차 1대당 냉연강판 750kg, 용융아연도금강판 300kg을 사용한다.
냉연강판은 철강재 기초제품인 열연강판을 한 번 더 압연해 가공한 고품질 철판으로 주로 자동차 차체와 전자제품 등에 쓰인다. 용융아연도금강판은 철판에 아연을 도금해 쇠가 녹스는 것을 방지한 강판으로 자동차 외장용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냉연강판을 만든는 철강기업은 총 14개사로, 이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전체 생산능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용융아연도금강판 역시 현대제철과 포스코, 동국제강이 총 생산능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는 국내 철강재 출하량의 31%를 담당하는 주요 수요처다. 하지만 2016년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차량 생산이 감소하면서 냉연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 수요도 정체에 빠졌다. 올해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자동차 생산대수는 작년보다 8.6% 증가하지만, 2016년 422만8000대에 못 미치는 421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끊이지 않는 '한국GM 철수설'이 현실화할 경우 차 생산대수는 물론 자동차용 강판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수년간 생산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방산업 위축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중소 철강업체들이다. 대형 철강사에 비해 생산과 마케팅 능력이 상대적으로 뒤쳐져있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강판 공급처가 치우쳐 있는 현대제철도 부진이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국내 완성차 생산의 76%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강판의 72%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현대제철이 올해 의미있는 실적개선을 꾀하려면 현대·기아차용 강판가격 인상이 이뤄져야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최진욱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국내 철강업체들은 자동차 업계의 생산 위축을 매출처 다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계들이 요구하는 고강도, 경량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