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정부가 버스와 트럭 등 전기상용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용차는 이동 경로가 비교적 단순해 충전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쉽고,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기상용차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전기승용차보다 전기상용차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삭감됐지만, 전기상용차는 보조금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화물용 전기차의 경우 정부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1톤 전기차에 대해 2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신규 배정했다. 1톤 화물차는 택배차량 등에 많이 활용된다. 다만 0.5톤 트럭의 전기차 보조금이 1400만원에 1100만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전기버스는 대형버스(1억원) 외에 중형버스(6000만원)까지 보조금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가 이처럼 전기상용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 대상을 확대한 이유는 전기차 보조금 사업의 환경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용차에 비해 매일 지속적으로 운행을 해야 되는 버스나 트럭 등이 전기차로 바뀌면 그만큼 환경개선 효과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중형버스까지 보조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서 노약자, 어린이 등의 이용객이 많은 마을버스, 학원버스 등이 전기차로 전환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상용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이를 개발하거나 판매하고 있는 업체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먼저 기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최근 현대자동차가 가세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약 8년간에 걸쳐 개발된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지난해 5월 개최된 상용차 종합박람회에서 최초 공개했다. 256kWh 고용량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적용돼 1회 충전(72분)으로 최대 319㎞를 주행할 수 있고, 30분 만의 단기 충전만으로 170㎞ 주행이 가능하다. 일렉시티는 지난해 11월 본격 양산에 돌입했고, 부산 시내버스 회사에 처음으로 전달됐다.
전기버스 보급은 정부 주도의 소규모 시범 사업에서 최근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바뀌면서 시장 성장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전기버스는 승용차 대비 이동 경로가 비교적 단순해 충전소 구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버스 등록대수는 130여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올해 전기버스 120여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고, 경기도는 오는 2027년까지 경유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전기버스를 판매하는 곳은 현대차를 비롯해 에디슨모터스, 중국의 비야디 등 8곳이다.
르노삼성은 현재 정부 국책 과제의 하나로 대구시, 한양대 등과 함께 1톤 전기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일 주행거리가 국내 중소형 상용차의 운송거리를 상회하는 250㎞ 이상이 되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르노삼성은 조만간 르노그룹 본사의 전기상용차 모델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은 현재 1톤 전기 밴 '캉구 Z.E.'와 미니버스급인 '마스터 Z.E' 등을 유럽 등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도 현재 1톤 화물용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고 있지만, 전기버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 트럭은 중소기업 파워프라자가 한국지엠 라보를 기반으로 개조한 0.5톤 '피스'가 유일하다. 파워프라자는 기아차 봉고 기반의 1톤 전기 트럭도 개발해 곧 판매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럭과 버스는 매일 운행해야 된다는 점에서 오염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전기상용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 방향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버스 '일렉시티'.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