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포스트 반도체’로 전기차가 낙점됐다. 삼성, SK, LG, 포스코 등 주요 그룹들이 관련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전사적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올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전격적으로 늘리는 기조에 전기차가 중심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견조하지만 최근 주가는 주춤하다. 업황 고점 분석과 시장의 고평가 논란이 확산되는 탓으로 풀이된다. 수출경기 호황을 주도해온 반도체의 불안감이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절실함을 키운다. 그 속에서 급부상하는 것은 단연 전기차다. 그동안 다양한 신사업 문을 두드렸던 그룹들은 최근 전기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낙점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연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양호한 실적에도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가 상존하는 포스코는 비철강사업을 육성해 실적 안전판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기차 소재 관련 투자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기존 철강제품의 경량화 소재부터 배터리 소재, 인프라 등 폭넓은 밸류체인을 구축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포스코가 전기차용 배터리소재 탄산리튬과 전기차용 강판에 쓰이는 기가스틸을 취급하고 있다. 또 포스코켐텍은 음극재, 포스코ESM은 양극재를 맡아 배터리 소재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대우는 전기차용 구동모터, 포스코ICT는 전기차용 공용 충전기 사업을 수행하며 전기차의 ‘거미줄망’을 펼치고 있다.
LG 역시 2011년부터 일찌감치 전기차 부품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해왔다. LG전자가 전기차용 구동모터, LG화학이 배터리,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차량용 모터·센서·통신·카메라 등 담당 역할이 뚜렷해지고 있다. LG는 이러한 밸류체인의 강점으로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하고자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19조원 신규투자를 결정했다. 자율주행 센서, OLED와 더불어 전기차 부품에 집중 투자할 뜻을 밝혔다.
삼성과 SK도 점점 밸류체인 윤곽이 보인다. 주력 회사의 사업 성과가 가시화돼 연관 계열사의 사업 모색도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186억원의 깜짝실적을 냈다. 유럽 내 전기차향 배터리시장 점유율 확대가 보탬이 됐다. 올 3분기 헝가리 배터리 공장이 가동되면 중대형 배터리사업부 영업이익은 사상 첫 흑자를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기점으로 자율주행 등 전장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
SK 역시 SK이노베이션이 이달 8402억원 규모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착공해 투자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SK텔레콤의 5G 자율주행, SK네트웍스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등 연관 사업 움직임도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1일 발표한 ‘8대 신산업 수출의 일자리 창출 및 대중국 수출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8대 신산업의 수출은 2014년 478억달러에서 2017년 736억달러로 연평균 15.5%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는 연평균 증가율이 87.4%나 돼 차세대 디스플레이(28.9%)나 바이오헬스(14.9%), 항공·우주(13.6%), 차세대 반도체(12.3%) 등 여타 신사업을 압도했다. 전기차의 취업유발효과(수출 100만달러당 취업유발인원)는 지난해 9.72명으로 8대 신산업 중 로봇(10.86) 다음으로 높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도 컸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입에서 신산업 비중이 커지는 반면 전기차 분야만 약세를 보여 극복할 과제로 지목됐다. 전기차 및 ESS(에너지대형저장장치)용 축전지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 영향으로 지난해 대중 수출이 22% 감소했다. 대중국 전기차 수출도 전무한 상황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