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빠르게 성장 가도를 달려온 국내 중견기업들이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상생' 문제에 잇따라 부딪히고 있다. 그간 대기업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상생 이슈는 이제 중견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길목에 반드시 풀어야하는 과제가 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러 중견기업들이 지역상권과 상생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먼저 가구·인테리어업계 1위
한샘(009240)은 지난해 8월 스타필드 고양에 3300㎡ 규모의 대형매장을 출점하며 주변 고양·일산가구단지 점주들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점주들은 "한샘이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영세 업체들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토로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홍역을 치른 한샘은 지역상권과 상생·협력하며 성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샘 관계자는 "고양지역 경우, 가구연합회 영업활성화 위한 홍보활동, 고양가구박람회에 가구연합회 참여 지원, 가구연합회 회원 대상 문화바우처지원, (가구연합회 측 홍보물 제공 시)쇼핑몰 내 가구연합회 홍보물 비치 등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생발전과 협력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샘과 경쟁하는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이케아는 지난 2014년 광명점 오픈부터 지난해 10월 고양점 문을 연 고양점까지 주변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케아는 지역 상인들에게 직접 지원을 하기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상생을 펼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매장을 오픈하는 지역의 경우, 지자체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이소가 문구업계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에 다이소는 이달 초 '상생 종합방안'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다이소가 내놓은 상생안은 두루뭉술하게 이미지를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영세 문구점 상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이소 관계자는 "문구업계와의 상생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중기부, 동반위 등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문구관련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막 협상 테이블을 꾸리는 단계여서 구체적인 상생방안은 향후 논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상생은 대기업에나 해당되는 문제인줄 알았다"면서 "우리도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여기(중견기업)까지 성장해온 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과 함께 상생하지 않으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중견기업들로 상생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7월 고양·일산가구단지 점주 등 관계자들이 스타필드 고양 앞에서 한샘 매장 입점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