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한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한 산업이다. 업계는 세탁기와 철강에 이어 조만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인 통상 규제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와 관련한 미국의 통상압박이 시작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총 30만7018대를 수출했고, 기아차도 총 28만7401대를 수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전체에 총 450만4825대를 팔았고, 기아차는 총 274만6188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량에서 미국 수출 물량이 각각 6.8%, 10.5%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코 적지않은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한국시장 철수설이 나오고 있는 한국지엠도 지난해 미국시장에 총 13만1110대를 수출했다.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대주주이지만, 일단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관련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지엠 차량도 영향을 받게 된다.
아울러 르노삼성도 현재 미국 수출용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수출량은 17만6271대다. 다만 르노삼성은 위탁생산만 하고 있고, 판매는 일본 닛산에서 전담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통상전쟁 기운이 고조되면서 조만간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에 대해서도 수입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자동차를 최우선으로 거론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도 자동차 관련 무역적자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피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한미 FTA 재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FTA 재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활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2012년 한미 FTA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 지난 2016년 완전 폐지했다. 관세가 부활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시장에서 판매량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관세 부활 등이 이뤄질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미 FTA 재협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 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산업의 향후 5년 간 수출손실이 약 101억달러(11조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자동차 관련 산업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FTA에서는 자동차가 핵심이라 크게 위기감에 확산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것이 나온 것은 없지만 우리 정부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선적부두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