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빈혈치료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185750)이 국내 허가를 접수해 상용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CJ헬스케어와
동아에스티(170900)가 국내외에서 막바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암젠이 개발한 네스프는 만성신부전 환자를 위한 지속형 빈혈치료제다. 일본 쿄와하코기린이 암젠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국내를 비롯해서 아시아에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제품은 전세계 매출이 약 3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일본에선 약 6000억원, 중국에서 약 1000억원, 국내에선 약 200억원 규모를 보이고 있다.
만성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생기면 적혈구 생산 감소로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적혈구 생산에 가장 중요한 물질이 EPO(에리드로포이에틴, 조혈세포 증식인자)다. 적혈구는 하루 평균 2억개 정도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네스프는 체내에 부족한 EPO를 보충해 주는 약물이다. 주 3회 투약하는 1세대 EPO제제를 주 1회 또는 2주 1회 투약하도록 횟수를 개선한 2세대 치료제다.
네스프 바이오시밀러는 전세계에서 일부 제품이 출시돼 있다. 닥터레디스는 인도에서 2010년 '크레스프'라는 제품으로 전세계 최초 승인을 받았다. 인도에서만 3개사가 추가로 허가를 받았다. 네스프 특허는 유럽에서 2016년 만료됐지만 현지에 바이오시밀러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일본에선 2019년, 미국에선 2024년까지 특허가 존속돼 바이오시밀러 상용화를 막고 있다. 국내에서 2015년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하다.
국내 업체들은 각국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초기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CKD-11101' 허가신청을 접수했다. 허가 기간은 약 1년이 소요돼 내년 상반기 정도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임상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은 2016년 일본 후지제약공업과 CKD-11101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공동으로 일본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2017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J-40001의 3상을 승인받아 안전성(독성)과 유효성(약효)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일본과 중국 진출에도 도전하고 있다. 2017년 일본 와이엘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올해 2월 중국 NCPC에 각각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파트너사는 현지 임상과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메이지홀딩스와 일본에서 바이오시밀러 전문업체 디엠바이오를 설립하고 'DA-3880' 3상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임상을 마친 뒤 가교임상 등을 거쳐 국내에 네스프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임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스프 바이오시밀러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하고 있다"며 "진입 문턱이 높은 유럽과 미국보다 파트너사와 협업 형태로 일본과 중국 등에 먼저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각국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마케팅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우)와 마동지에(MaDongJie) NCPC대표가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헬스케어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