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CJ헬스케어를 품은
한국콜마(161890)가 제약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를 통해 연간 1조원대 전체 매출로의 도약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70%가 넘는 화장품 사업 비중 탓에 지난해 8000억원대 전체 매출 가운데 약 1900억원에 불과했던 제약사업 매출이 7000억원대로 껑충 뛰며 종합제약사로서의 입지까지 다질 수 있게됐다.
한국콜마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CJ헬스케어 인수 계약과 관련된 안건을 승인했다. 인수가격은 1조3100억원이다. 이로써 한국콜마는 또 하나의 매출 1조클럽 제약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82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5137억원 수준의 CJ헬스케어 매출을 더하면 1조3353억원의 매출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한양행(000100)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화장품 사업을 제외한 제약 사업 매출만 놓고봐도 업계 'TOP 10' 안에 드는 수준이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기준 화장품 사업에 매출의 71.8%을 의존하며, '화장품 기업'의 색채가 강했다. 국내에서 손 꼽히는 생산능력에도 불구, 자체 개발이 아닌 위탁생산방식(CMO)에 특화된 제약사업은 이 같은 이미지에 무게를 싣는 요소였다. 하지만 그동안 신약개발에 공을 들여온 CJ헬스케어 인수를 통해 '생산력+신약 개발기술'을 갖춘 종합제약사라는 새 옷을 입게 됐다. CJ헬스케어 인수 이후 한국콜마 제약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0%대로 대폭 늘어난다.
국내 제약업계에 매출 1조원대 기업이 등장한 것은 불과 4년 전인 2014년이다. 당시 유한양행이 1조17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국내 제약사 최초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에는 한미약품(1조3175억원)과 GC
녹십자(006280)(1조478억원)가 합류하며 총 3개사가 1조원대 매출을 거둬들였다.
2016년에는 대규모 기술수출 취소 타격에 8839억원의 매출에 그친
한미약품(128940)의 빈 자리를
광동제약(009290)(1조1980억원)이 채우며 유한양행, GC녹십자와 1조클럽을 지켰다. 3사는 지난해 역시 매출 1조원을 넘기며 '빅3' 체제를 유지했다. 각 사별 지난해 매출은 유한양행 1조4622억원, GC녹십자 1조2979억원, 광동제약 1조1501억원(전망치)이다.
최근 3년간 3사 체제로 유지되던 제약사 매출 1조클럽은 덩치를 불린 한국콜마의 급부상에 올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대웅제약(069620)(9602억원)과
셀트리온(068270)(9490억원), 한미약품(9166억원), 등에도 미치지 못했던 한국콜마 매출이 CJ헬스케어 인수로 단숨에 업계 2위 수준까지 껑충 뛰며 순위변동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1조원대 매출을 자신하는 셀트리온과 대웅제약까지 가세하면 최소 6개의 매출 1조원대 제약사 탄생도 가능한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셀트리온과 대웅제약의 올해 매출을 1조2928억원과 1조569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사 외형 확대는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요 기반으로 꼽힌다. 제약사 경쟁력 척도라 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위해선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등 시간과 비용 측면에 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 업계는 1개의 국산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10~15년간 300억~500억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임상을 위해선 1조원이 투입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역시 글로벌 1~3상을 모두 거쳐 출시까지 이어지려면 최소 수년간 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 매출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은 무엇보다 든든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