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한국콜마(161890)가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국내 제약업계 최대 M&A(인수·합병) 빅딜에 해당한다. 한국콜마는 단숨에 외형이 1조3000억원 규모 제약사로 도약했다.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첫 제약사 사례로 꼽힌다.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려면 M&A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제약사 수는 900여개로 추정된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는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3개사뿐이다. 2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20여개사에 그친다. 상위 10개사가 21조원 의약품 시장에서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내수와 복제약 위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고위험·고비용은 신약개발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신약개발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1개의 국산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5~10년 동안 300억~500억원 비용이 들어간다. 전세계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5000억~1조원이 사용되기도 한다.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1년에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일 만큼 부가가치가 크지만 성공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신물질탐색에서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전과정 진행시키기 위해서 자본력이 필수적이며, 기업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M&A를 통해 성장했다. 화이자는 워너램버트(2000년)와 파마시아(2003년) 두차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스트라와 제네카가 합쳐져(1999년) 설립된 글로벌 기업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초대형 제약사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비참이 M&A(2000년)를 통해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도 글로벌 제약업계는 M&A로 들썩거렸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M&A건수는 270건에 달한다. 2015년(374건) 대비 건수가 감소했지만 2006년 이래 매년 300건 이상 M&A 거래가 성사됐다. M&A 거래 규모는 2016년 1780억달러(약 193조원)으로 전년(1500억달러, 약 162조원)비 증가했다.
글로벌 제약업계 추세와는 달리 국내 제약업계는 M&A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최근 5년 간 국내 제약업계 M&A는 10여건에 불과하다. 대웅제약(인수기업)-한올바이오파마(피인수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화일약품 , 한독-태평양제약, 알보젠-드림파마·근화제약 등 M&A가 성사된 경우는 손에 꼽힌다. 인수 규모도 2000억원 이하에 불과하다. 정부 규제가 많고 진입장벽이 높아 일단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게 요인이다. 세습을 경영목표로 하는 강력한 오너십 체제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를 두고 제약산업 선진화 과정의 물꼬를 튼 사건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M&A를 통해 첫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한국콜마가 기업 덩치 키우기에는 성공했지만 장기간 일관되게 신약개발에 나설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수자금을 모으고 위해 매각을 통해 수익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했다는 점이 변수다. 독자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화되고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 인수로 얼마나 시너지를 내고 추후 어떤 의미를 부여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