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사상 최고가' 롯데케미칼…총수 공백 우려도

M&A 중심 고속성장…신동빈 구속에 성장세 제동 우려

입력 : 2018-02-25 오후 4:31:32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지난 23일 46만1000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접어들기에 앞서 단행한 원료다변화,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에 따른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과감하고 뚝심 있는 석유화학사업 투자 결실로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등 한창 이어오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 23일 46만1000원으로 전거래일보다 4.18% 오르며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1년 8월 1일 찍은 45만8000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 주가다.
 
롯데케미칼 주가가 7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한 것은 단순히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낸 점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 2011년 247만톤에서 현재 332만톤으로 커졌다. 올해 전남 여수공장과 말레이시아 LC타이탄의 증설에 이어 북미 에탄분해센터(ECC) 공장까지 완공하면 연말에는 에틸렌 생산능력이 총 450만톤으로 확대된다. 7년 전과 비교하면 82% 늘어난 규모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생산능력이 사실상 수익성을 좌우한다.
 
 
롯데케미칼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범용중심의 사업구조도 개선작업이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그간 라이벌 LG화학에 비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의 비중이 낮아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5년 삼성화학부문 계열사인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을 인수해 고부가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과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정밀화학 등 다운스트림(하류)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또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국영 석유화학 기업 베르살리스와 전남 여수공장에 합성고무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차세대 합성고무 원료로 꼽히는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와 특수고무에 속하는 이중합성고무(EPDM)를 생산하며 프리미엄 시장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실적 호조에 따른 순현금 확대를 기반으로 사업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ECC를 건설 중이다. 원유에 쏠려있던 원재료를 가스 기반의 설비 구축으로 다변화하며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또 한자리 수대에 불과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현금배당률)을 오는 2020년까지 30%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이 유통과 서비스에 이어 그룹 3대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뚝심있는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상무이사에 재직하며 한국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그는 롯데케미칼이 경영수업을 받은 첫 회사인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굵직한 투자와 과감한 M&A로 화학사업을 키워왔다.
 
또 그룹 내 신 회장의 심복으로 통하는 허수영 화학 BU장(부회장)의 경영전략과 실행력도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544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3509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조단위로 올라선 뒤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1위 LG화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2'로 입지를 굳혔다. 역대급 실적, 주가로 신 회장의 뚝심 경영에 화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지난 14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1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오너의 판단과 결단이 필요한 투자나 M&A에 적극 나서지 못해 성장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등 기존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그룹이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당분간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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