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그림 인식과 자동 번역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이 개발됐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과 반도체 전문 스타트업 유엑스팩토리는 26일 딥러닝(기계 심화 학습)에 특화된 반도체 칩 'UNPU'를 공개했다. 이 칩은 회선 신경망(CNN)과 재귀 신경망(RNN)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CNN과 RNN은 인공 신경망의 한 종류다. CNN은 주로 그림 인식에, RNN은 자동 번역에 주로 쓰인다.
기존 칩은 CNN과 RNN 등 특정 용도에만 특화됐다. 하지만 유 교수팀이 이번에 선보인 칩은 소프트웨어 조작만으로 하나의 칩에서 CNN과 RNN 신경망을 구현할 수 있다. 유 교수는 26일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CNN과 RNN을 하나로 합치면 다양한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다층 신경망에서 결합강도를 얼마나 정밀하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 AI의 정밀도와 속도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UNPU칩(왼쪽)과 UNPU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표정 인식을 하는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유 교수는 이 칩의 또 다른 장점으로 적은 전력 소모량을 들었다. 그는 "그림 인식을 했을 때 UNPU는 0.29와트(W)였던 반면 엔비디아 TX2는 13.86W, 갤럭시S6의 칩은 1.67W"라며 "전력 소모량이 다른 칩에 비해 월등히 적다"고 말했다. 단, 갤럭시S8 등 최신 기기에 대한 전력 소모량은 삼성전자가 공개하지 않아, 공개된 데이터 중 최신 기기인 갤럭시S6와 비교했다. 유 교수팀의 UNPU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얼굴 표정도 인식한다. 행복·슬픔·놀람·공포·무표정 등 7가지의 감정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해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표시해준다.
유 교수는 UNPU의 상용화 시점을 2019년초로 예상했다. 타깃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AI 기능을 필요로 하는 로봇, 쇼핑센터 등이다. 유 교수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 제조사까지 타깃"이라며 "쇼핑센터는 고객의 표정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해 상품에 대한 고객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팀의 이번 칩 개발은 과기정통부의 과제를 수주해 비용을 지원받아 진행됐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산업부와 협력해 AI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대형 사업을 기획 중이며 올해 중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