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을 맞이해 식민지지배 시절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건국100주년’인 내년을 한반도 평화체제 원년으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종군위안부 문제를 언급하고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라고 말했다.
또 독도와 관련해서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라며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본에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답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투트랙’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의 소위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극히 유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이 3.1운동 정신을 계승했음을 천명하고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며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라며 보수진영 일각의 이른바 ‘건국절’ 논란을 차단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면서 촛불혁명이 3.1운동의 계승자임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우리 정부는 촛불이 다시 밝혀준 국민주권의 나라를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다.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며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만들어낸 자긍심 넘치는 역사가 있고 우리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정부가 남과 북이 따로 없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정신을 계승한 후계자임을 자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건국100주년인 내년을 한반도 평화체제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기념식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3.1 만세운동 재연 행진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검은색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갈아입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정문에서 독립문까지 일반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태극기를 흔들고 김숙자 3·1여성동지회장의 선창으로 “대한독립 만세”도 외쳤다.
한편 이날 기념식은 기존의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투사를 수감하고 고문했던 것으로 악명 높았던 감옥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특별한 주문과 의지”라며 “그간 정형화된 정부 행사의 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참여해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공유·공감하는 생동감있는 행사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오전 제99주년 삼일절을 맞아 서울 독립문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