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발매 20년이 넘은 장수브랜드가 일반의약품 매출 상위 10위권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지명구매가 높은 일반의약품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매년 500개 이상 일반의약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장수브랜드에 밀려 부진할 실적에 그치고 있다.
7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브랜드 기준 지난해 일반의약품 1위는 동아제약 자양강장제 '박카스'로 826억원을 기록했다. 박카스는 최초 브랜드가 1963년 출시됐다.
일동제약 종합비타민 '아로나민'이 676억원으로 일반의약품 2위에 올랐다. 아로나민은 박카스와 마찬가지로 1963년 첫 발매됐다. 동국제약 잇몸약 '인사돌'이 402억원, 광동제약 한방 순환계용약 '광동우황청심원'이 34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인사돌과 광동우황청심원은 각각 1978년과 1974년 출시됐다.
한독 패치형 관절치료제 '케토톱'은 1994년 첫 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30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최초 의약품 동화약품 소화제 '활명수'는 30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1897년 출시된 활명수는 우리나라 근대 제약산업 시작을 알린 상징적인 의약품이다. 출시 50돌이 된 동아제약 감기약 '판피린'이 298억원을 달성했다.
존슨앤드존슨 진통제 '타이레놀'이 294억원, 종근당 골관절염·치주치료 보조제 '이모튼'이 25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출시 연도는 각각 1994년, 1997년이다. 235억원대 대웅제약 종합비타민 '임팩타민'이 10위권 일반의약품 중에서 2007년 가장 늦게 출시됐다.
일반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약이다. 비교적 안전성(독성)과 유효성(약효)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이와 달리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에 의해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이다. 오남용 시 부작용이나 신체적 폐해 우려가 있어 엄격히 관리된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환자 구입 패턴도 다르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그대로 받아 복용하는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환자가 익숙한 특정약을 지명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일반의약품 매출이 좌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일반의약품 장수브랜드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반면 시장에 안착한 신제품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시장은 2016년 2조6696억원 규모로 전체 의약품 시장(21조7256억원)에서 16.4%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전체 의약품 허가 건수는 5만187개(함량별)다. 이중 일반의약품은 1만8083개가 허가를 받았다. 연도별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는 2013년 416개, 2014년 714개, 2015년 703개, 2016년 515개, 2017년 504개로 집계됐다. 5년 동안 2852개 일반의약품이 쏟아졌지만 대형약물로 여겨지는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경우는 일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시장이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정책으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일반의약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신제품에 수십억원씩 광고비를 투자하기 어려운 데다가 경쟁도 치열해 인지도 확대가 쉽지 않다. 일반의약품은 전통 브랜드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