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연임 잡음에 뒷걸음질…올 들어 16% 하락

2대 주주 기업은행, 백복인 사장 연임 반대…"공모 절차 불공정"

입력 : 2018-03-08 오후 4:58:27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KT&G가 실적 부진에 백복인 사장 연임과 관련된 잡음이 겹치면서 주식시장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예년보다 늘어난 배당이 하락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G(033780)의 주가는 전날보다 0.61%(600원) 내린 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내림세다. KT&G는 연초 이후 줄곧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는 16%% 떨어졌다. 급락하지는 않지만 한 발짝씩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부진한 주가 흐름의 요인 중 하나는 실적 악화다. KT&G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225억원으로 전년보다 27% 줄었다. 연간으로는 3% 감소한 1조42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전자담배의 초기 원가율이 높은데 이익 안정화 구간에 진입하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다"며 "기존 고수익 제품에 대한 잠식이 동반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6%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 연임을 두고 잡음이 생기면서 주가는 더욱 힘을 잃고 있다. KT&G의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KT&G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반대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등 사장 공모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게 기업은행의 주장이다. KT&G는 사장 공모에서 이틀간만 서류를 접수했다. 연이어 서류 심사와 면접, 후보 선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서류 접수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는 2주 이상 걸리는 게 통상적이다. 사장 지원 자격을 전·현직 전무 이상으로 제한한 것도 백 사장 연임을 위해 만든 진입장벽이란 지적도 나온다.
 
백 사장은 2011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업체 트리삭티와 관련한 분식회계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고 전 임직원들도 백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백 사장 연임 문제는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 자문기구 간에도 견해차가 있어 표 대결은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하라는 의견을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공모 기간이 짧았지만 전체적인 과정이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공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반대를 권고하기로 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백 사장 연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분식회계 건이 향후 경영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CEO 리스크가 두드러지면서 배당 확대란 호재는 크게 희석된 모습이다. KT&G는 전년보다 11% 늘어난 주당 40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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