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일명 '한약방'으로 불리는 약업사 수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줄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급성장에 설 자리를 잃은 탓이다. 수익성 악화에 얼마 남지 않은 약업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지방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국 1133곳이었던 약업사는 지난 2016년 370곳으로 6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약국이 1만7968개에서 2만1640개로 20.4%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 수치다. 약국와 약업사, 도매상, 매약상 등 전체 의약품 판매업체 역시 2만365개에서 2만5862개로 5500개 가량 늘었다.
약업사는 자격을 취득해 허가된 지역 내에서 환자들의 요구가 있을 때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 하는 곳을 일컫는다. 약업사가 한방의학만 전문으로 다루는 한약업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한약업사인 만큼 '약업사=한약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약업사의 급감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급성장에 따른 여파다. 건강증진 또는 보건용도에 유용한 영양소나 기능성분을 사용, 정제, 분말, 과립, 액상, 환 등으로 제조·가공한 식품을 통칭하는 건기식은 한약과 유사한 효능을 지닌 데다 약을 지으러 약업사를 찾아야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빠르게 약업사의 자리를 대체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조3400억원이었던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9500억원으로 연평균 10%에 달하는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2조원을 무난히 넘어섰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 전통 제약사들 역시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남지 않은 약업사들이 수도권 보다는 지방에 밀집해 있는 이유도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임대료 부담이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6년 기준 전국 약업사가 서울과 부산에 각 5개, 2개씩 존재했던데 반해 경남과 전남에는 49개, 45개씩 존재했다. 이어 ▲경북 44개 ▲강원·충남 42개 ▲대구 41개 등이 뒤를 이었고, 경기권에는 23개가 존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한약재 중금속 오염이 논란을 기점으로 약업사가 주요 한약재 자가포장을 금지하고 제약사가 일괄포장한 제품을 구입해 판매만 할 수 있게 한 점도 약업사에 큰 타격이 됐다"며 "가뜩이나 편리한 건기식 유통이 온라인몰 활성화 등으로 더욱 간소해지면서 인기가 늘어난 점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약방'으로 불리는 약업사 수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줄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급성장에 설 자리를 잃은 탓이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