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참여연대가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그동안 드러난 이명박의 불법·비리와 각종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로 확인된 불법·비리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신병 처리와 함께 무거운 처벌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이명박이 저지른 범죄 자체의 중대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향후 이명박이 범죄 관련자들과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구속수감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시민사회계를 비롯해 국민도 2008년부터 이명박과 그 핵심 집권 세력들의 4대강 죽이기, 민간인 사찰, 방송 장악, 내곡동 사저 사기, 반값등록금 음해, 박원순 견제를 위한 음해 공작, 남산 3억원 뇌물제공과 신한 사태 비호, 자원외교 사기 사건 등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검찰에 고발해 왔다"며 "그러나 검찰은 이를 대부분 무혐의 처리해 수사가 진행될수록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만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시민혁명을 일궈낸 우리 국민은 검찰의 권력층과 적폐 세력 봐주기 행태를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이라고 발표한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이명박이 다스의 실소유주이기에 그동안 자행됐던 다스와 관련된 각종 비리의 주범이 이명박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면서 "이미 검찰도 다스의 주인은 이명박이고, 다스에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이 발생했으며, 다스가 BBK 투자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이명박과 청와대의 직권남용이 있었고, BBK 투자금을 환수하기 위한 미국 소송과 관련한 변호사 비용 등을 삼성과 현대가 대납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이것만으로도 이명박은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뇌물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근 한 내부제보자에 의해 현대차그룹과 다스·이명박 사이에 오갔던 백지계약서가 공개됐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2009년 자신의 알짜배기 자회사인 현대엠시트를 통째로 다스에 넘기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정황은 현대차그룹이 다스와 이명박에게 자회사를 뇌물로 제공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게다가 이러한 음습한 거래가 추진되던 시점은 2008년 8월15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특별사면과 복권을 받은 이후로 다스가 현대차그룹의 물량 몰아주기 지원을 받아 급성장하던 시기와도 겹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서 섰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포토라인에 서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에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씀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건가", "다스는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에 답변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는 강훈·피영현·김병철·박명환 변호사 등 3명이 입회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한동훈 3차장이 조사 취지와 방식을 설명한 직후인 이날 오전 9시50분쯤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005930)가 대납한 다스 소송비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상납받은 특수활동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받은 자금 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과 다스 협력사 ㈜금강, 에스엠의 자회사 다온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 다스 비자금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특정범죄가중법(조세) 위반 등 17개 정도의 혐의를 받고 있어 장시간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100억원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