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공개한 ‘지방자치·총강·경제’ 부분 개헌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자치권 보장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개정안 1조3항을 신설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천명했다. 현행 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같은 반열에 ‘지방분권’을 올려놓은 셈이다. 개헌이 현실화하면 국회 입법과 정부 정책, 국민 의식구조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국내 1000대 기업 본사의 74%, 전국 20대 대학의 80%가 몰려 있다. 반면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의 37%, 읍면동의 40%가 사라질 운명에 있다”며 “‘지방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조 수석이 소개한 문 대통령의 지방자치 개헌안은 크게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등을 골자로 한다. 우선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을 바꾸고, 지방의회 및 지방행정부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고 자치재정권도 보장했다. 특히 지방의 오랜 숙원이었던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수석은 “과거에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자치권을 줬다면, 지금은 법률이 금지하지 않으면 허용한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정부에 권한을 주는 동시에 주민 참여확대라는 통제수단도 강화했다. 지방정부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법률상 권리로 보장했던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을 헌법상 권리로 격상해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의 부패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앙과 지방 간 소통을 강화했다. ‘제2 국무회의’ 격인 국가자치분권회를 신설해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장들이 수시 대화하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법률안 의견 제시권을 부여했다.
조 수석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공포한 날부터 신속하게 시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개정헌법에 따른 지방정부가 구성되기 전이라도 개정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고 소개했다.
총강에는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수도조항’을 신설했다. 조 수석은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수도 이전과 제2수도 신설 가능성 등을 열어 지방분권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전관예우방지를 위한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 및 청렴성 유지’, 블랙리스트 사태를 예방할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 다양한 정치결사체 형성을 위한 ‘정당 설립의 자유 강화’ 등도 총강에 담아냈다.
경제 조항에서는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를 강화하고 실질화 하기로 했다. 현행 헌법에서도 해석상 토지공개념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산권 보호’라는 논리에 유명무실한 상태다. 결국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현행 헌법 119조 제2항의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 규정에 ‘상생’을 추가하고, 양극화 해소·일자리 창출·골목상권 보호에 국가책임을 부여했다. 조 수석은 “상생은 서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조화보다 훨씬 더 강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 ▲사회적 경제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 명시 ▲소비자 권리 신설 및 보호 ▲기초학문 장려의무 등도 신설 혹은 강화했다.
조 수석은 “국민 간의 소득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 회복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