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재계에서 주주친화 바람이 불어도 건설사들은 복지부동이다. 주주와 소통창구인 주총장은 언론을 차단해 밀실로 변질됐다. 정부는 주주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슈퍼주총데이'를 피할 것을 권유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것도 아니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슈퍼주총데이’인 23일 주총을 개최한 건설사는 대우건설과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이날 주총을 언론에 공개한 곳은 GS건설뿐이다. GS건설은 이날 주총 현장을 언론에 직접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모니터를 통해 현장을 취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날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모니터를 통해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일반 주주들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양한 주주 의견을 수렴하는 장이었다. 같은 날 열린 대림산업 주총도 기자들의 취재가 가능했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주총장을 언론에게서 분리시켰다. 슈퍼주총데이라 주총일이 겹쳐 참여하지 못한 주주들도 회의 결과만 알 수 있다. 장 외 주주들은 권리가 무시됐다. 주총장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안건 처리 절차는 어땠는지 소통이 차단됐다. 올해부터 슈퍼주총데이에 주총을 열면 그 이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대다수 기업이 '당사는 주총분산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총 집중일을 피해 날짜 변경을 시도했으나 장소 대관과 준비 일정 관계로 당초 계획한 날짜에 개최하게 됐다'며 앵무새처럼 공시했다. 이들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재계에선 장 외 주주를 배려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나 이곳은 아직 무풍지대다.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이 현재 전자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언론까지 막으면서 주총장은 폐쇄됐다. 자본시장에서는 주총이 주주들이 입장하는 곳이라 언론 공개가 어렵다면 다른 상장사들처럼 모니터를 통해서라도 소통창구를 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날 대우건설 주총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대우건설 지분 50.57%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지난 19일 갑작스럽게 이훈복 사업총괄 전무 등 6명의 본부장급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대우건설을 이끌고 있는 송문선 대표는 주총이 끝나자 기자들을 피해 급하게 사라졌다. 송 대표는 산업은행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19일 산업은행이 단행한 대우건설 인사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인사 배경은 물론 대상이나 시기까지 모든 것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지난해 해외현장 손실발생으로 연초 목표했던 전망을 달성하지 못한 점에 따른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사업 손실이 문제라면 관련부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번 인사 대상자들은 해외사업과는 크게 관련 없는 직군의 임원들이다.
또 임원 인사는 신임 사장이 임명되고, 그 이후 조직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산업은행은 본부장 인사 이후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산업은행 출신인 현 사장 체제에서 서둘러 임원인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대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