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친정부 인사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선임한 가운데 은행들의 경우 관료 출신과 금융사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을 대거 재선임하고 각각 1~3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신임 사외이사들의 특징은 관료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지낸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행시 동기이며 금융권 '황금인맥'으로 꼽히는 경기고 출신이기도 하다.
그를 추천한 국민은행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추천 당시 "명망 있는 경제전문가로서 경제분야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근 농협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한정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고문도 관료 출신이다. 1949년생인 그는 대전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을 수료했다. 행시 14회 출신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행시 동기이며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을 거쳐 코스콤 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계열사 사외이사들을 비롯해 경쟁사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뽑았다.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만큼 하나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KEB하나은행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인물은 김인배·고영일 사외이사다. 김인배 사외이사의 경우
하나금융지주(086790)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고영일 사외이사는 하나카드에 몸담고 있었다.
이정원 KEB하나은행 사외이사의 경우 옛 조흥은행 출신으로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한 이후 2009년 여신심사그룹 부행장과 2010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으로 활동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한은 출신인 박원식 전 부총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1982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그는 금융안정분석국 부국장, 비서실장, 총무국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2년간 금통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특히 박원식 사외이사는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197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같은 해에 졸업했다.
이같은 배경을 가진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두고 은행권 일각에서는 경영진 견제보다 또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의 경우 정부와의 원활한 스킨십을 위해 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계열사 사외이사를 데려온 경우 내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외이사 간 유착관계가 강해져 경영진 견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각사, 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