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선거 개입 등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은폐·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정치관여·직권남용 혐의로 김 전 장관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공모한 혐의로 이날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임 전 실장, 김 전 기획관,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과 공모해 온라인에 정부·여당을 지지하면서 야당과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등 정치적 의견이 포함된 글을 약 9000회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이 이간 매일 사이버사로부터 정치관여 내용이 포함된 '대응 작전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승인해 작전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전 장관 등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수 있도록 사이버사가 총력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사이버사령관이 작성해 이들에게 승인받은 '총선 대비 작전계획' 문건을 보면 총선 1개월 전인 그해 3월12일부터 사이버사는 가용 요원 전원을 투입하는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하고, 총 5단계로 나눠 3단계에는 '중도 오염 차단'을, 4단계에는 '우익 결집 보호'를, 5단계에는 '흑색선전 차단'을 작전 목표로 삼았다.
김 전 장관 등은 2012년 6월 사이버사 군무원 신규채용 과정에서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지침보다 상향해 진행하고, 정치 성향 검증과 함께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그해 12월 대선에서 여권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통상 11월 최종선발 후 12월 배치한 것과 달리 7월1일자로 군무원을 채용·배치하면서 '우리 편'을 선별해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회의 결과와 지시 내용 등이 기재된 문건에는 'VIP(대통령) 공격과 종북·좌파 세력의 준동이 심각하므로 창의적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란 내용이 담겼고, 이에 사이버사 인력 충원 시 '우리 편, 아이디어가 충만한 자, 좋은 사람'을 선별하란 것이 대통령 강조 사항이라고 표현됐다. 김 전 장관이 최종결재한 문건에 따르면 군무원 임용예정자가 '반정부성향'인지를 검증하도록 지시했고, 사이버사령관 등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호남 배제 리스트'를 작성해 활용했다.
또 김 전 장관 등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사이버사 정치관여 사건을 수사 중인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의견에 따라 핵심 관련자를 불구속 송치하도록 하고, 대선 개입 지시 존재를 실토한 부대원 진술을 번복하도록 지시하는 등 사건을 은폐·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월13일 권모 전 국방부 수사본부 부본부장을, 같은 달 28일 백 전 본부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임 전 실장은 김 전 장관과 공모한 혐의 외에도 2011년 7월부터 2013년 10월 연 전 사령관 등 자신이 조정·통제하는 부대인 사이버사 사령관들로부터 뇌물 총 28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7월 청와대 기획관을 사임하면서 국정원 생산 대통령기록물 문건 3건, 합동참모본부 생산 군사 2급 비밀 문건 1건을 각각 유출해 2017년 11월까지 개인 사무실에 보관하는 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포함됐다.
앞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11일 검찰에 구속됐지만, 그달 22일과 24일 각각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법원은 지난해 12월13일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이달 6일 김 전 장관에 대한 2차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의 구속적부심 석방, 구속영장 청구 기각 후 추가 수사를 진행했고, 불구속 취지의 법원 결정을 존중해 각각 불구속기소했다"고 말했다.
군(軍)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된 지 3개월 만인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