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중국 스마트폰제조사들이 최초 기술을 도입하며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기업들은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된 것을 감지, 안정적 성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비보 등 중국업체들이 잇따라 스마트폰 최초 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이달 제품 출시를 하며 중국폰의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과시한다는 방침이다.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메이트RS'와 'P20프로'는 스마트폰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했다. 일반적인 최신 프리미엄폰보다 후면 카메라 하나를 더 장착한 것이다. 안정적인 기술력을 위해 독일 카메라 업체인 라이카와 협업했다. 화웨이 제품에 장착된 트리플 카메라는 4000만 화소 빨강·초록·파랑 센서, 2000만 화소 흑백 센서, 800만 화소 망원 센서로 구성됐다.
256GB와 512GB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메이트RS는 초대형 용량이라는 타이틀도 새로 썼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모바일기기용 512GB 내장메모리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기존 64GB 스마트폰은 4K UHD 모드로 10분짜리 동영상 13편을 촬영할 수 있지만 512GB는 130편을 연속 녹화할 수 있다. 당초 갤럭시S9 시리즈에 512GB 내장메모리가 처음 장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64GB와 256GB 용량으로 출시되면서 화웨이가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비보는 디스플레이 내장형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한 스마트폰 'X21UD'를 내놨다. 비보 제품에 적용된 화면 지문인식 기능의 이름은 클리어 ID로 지문인식 센서 제조사 시냅틱스가 개발했다. 별도 센서가 아니라 화면에 손가락을 올리는 것만으로 지문을 인식한다.
트리플카메라와 512GB 용량이 적용된 화웨이의 메이트RS. 사진/화웨이
지금까지 스마트폰 분야의 최초 타이틀은 삼성전자·애플·LG전자의 몫이었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식, 애플은 3D얼굴인식, LG전자는 듀얼카메라를 처음 내놨다. 최초 기술이기에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빨리 겪어 품질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중국업체들은 이를 노리고 최초 타이틀에 주목하고 있다. 저가 이미지 탈피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반면 국내기업들은 최초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전략을 짜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했고, 기술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기술력 과시보다는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안정적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세계 최초, 업계 최초에 연연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혁신을 내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황정환 LG전자 MC부문장 역시 관성타파를 지향하고 있다. 경쟁사 속도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소비자 필요를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다.
국내기업과 중국업체들의 전략이 상반된 가운데 중국의 초격차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양이 높아지고 혁신이 부재하면서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스마트폰에 소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의 최초 기술이 소비자 필요와 얼마나 연계됐는지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