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2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2기 체제를 시작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 키워드로 '경제·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11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무게를 실었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경기를 살리고 금융 안정을 지켜야 하는 등 통화정책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금리만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느냐,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재정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즉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유효성 제고를 위해 정책 운영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특히 기존 25bp(0.25%포인트)의 금리 조정폭 변화에 대해서는 "금리 조정폭을 축소하는 것은 큰 줄기는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기 흐름대로 간다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이는 게 맞지만, 현재까지 0.25bp씩 줄여왔는데 올리면서 이를 조정할 필요는 크지 않다"며 "조정폭을 바꾸면 시장에서 '10bp냐, 15bp냐'와 같은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정부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통화정책의 효율적 운영에 힘쓰는 가운데 경제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며 "과거 당국에 정책 제언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지만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제현안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총재가 이끌어갈 한은 내부의 기조다. 그는 지난 4년간 한은 내부의 '안정'을 우선시 했다면 앞으로는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존과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총재는 "4년전 취임사는 조직을 추스르는 안정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변화를 모색하는데 역점을 뒀다"며 "민간 부분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라고 하는 데 한은부터 일을 효율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경영과 관련된 여러 제도와 관행을 오늘의 관점에서 재평가해 지킬 것은 지키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취임사에서 이 총재는 권한의 하부 위임, 보고절차 간소화, 부서간 업무중복 최소화 등을 거론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 생산성을 높일 의지를 내보이면서 업무처리 및 의사결정 체계를 효율화할 뜻을 밝혔다.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태평로 본부에서 취임식을 열고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사진/한국은행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